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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이스트 사태 후 보름

[취재파일] 카이스트 사태 후 보름
카이스트 학생 가운데 올 들어 4번째 자살자가 확인된 후 보름이 더 지났습니다. 서남표 총장은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와 전 강의 영어 수업 방침의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학내 위기사태 수습을 위한 '혁신비상위원회'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풀어야 할 갈등과 숙제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외부의 관심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카이스트 사태는 '경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카이스트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치열한 경쟁'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어차피 경쟁이란 불가피한 만큼 세계 최고의 과학 인재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과도해 보이는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다는 주장과 서남표 총장의 경쟁 방식은 학생들에게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고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동기를 오히려 꺾는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쟁이 비단 카이스트에만 해당되는 것이겠습니까?

뒤처지면 끝이라는 공포가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만 있었을 리 없다. 잘나가는 기업 다니다가도 한순간에 회사에서 밀려나서는 택시운전, 경비, 청소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례는 이제 흔하다. 중소기업 사장, 의사, 변호사도 자기 사업에 실패하면 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교수도 기자도 법조인도 사명보다는 생존을 먼저 고민한다.

교육 문제로 가면 더욱 심각해진다. 나는 어떻게든 생존하더라도, 내 아이는 부모의 뒷받침 없이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은 등록금 차등적용제를 받는 학생처럼 불안하면서도, 대학 영어강의보다 더 낯설고 비싼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낸다...우리는 카이스트에 살아서 두렵다. 그러나 카이스트에조차 살지 못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훨씬 더 많다...<2011.04.12.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_한겨레>

카이스트의 구성원들은 경쟁과 공존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총장과 교수들, 그리고 학생들이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댔다고는 하지만, 해법찾기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일 것입니다.

훨씬 크고 복잡한, 또 다른 카이스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경쟁과 공존이 조화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걸까요? 또 지금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 보름 동안 카이스트라는 거울은 우리 사회에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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