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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학과 기업의 다른 점은?"

이 시대 청춘에게 전하는 철학자의 말

[취재파일] "대학과 기업의 다른 점은?"

"한국 사회 대학 개혁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대학을 기업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서남표 총장식 교육개혁 방안이 논란이 됐습니다. 더불어 우리 교육계에 만연한 경쟁 지상주의 역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기업식 무한 경쟁 체제는 비단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대 법인화법 통과, 중앙대의 학제 구조조정 등도 이같은 시장주의 바람에 따른 결과였지요. 대학마다 불어닥친 '영어 수업 강박증' 역시 마찬가집니다.

지난주 SBS 시사토론의 주제는 '서남표식 교육 개혁 논란'이었습니다. 토론에 출연했던 패널 가운데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발언이 많은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트위터에서도 김 교수 발언이 화제를 불렀는데요, '학벌없는 사회' 활동 등을 통해 우리 교육에 대해 명확하고 날카로운 논점을 제기해오신 김 교수의 시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는 경쟁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경쟁을 통해 발현된 '탁월함'은 마땅히 그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모든 종류의 경쟁이 다 정당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컨대 국방을 담당하는 군대를 놓고서,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라며 경쟁 체제로 민영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겁니다. 교육도 그렇습니다.

흔히들 경쟁을 위한, 경쟁에 의한, 경쟁 만능주의의 순기능적 사례로 스포츠를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는 겁니다.

우리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운운하며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그는 대학 경쟁력 담론을 다음과 같이 바라봅니다.

"대학의 경쟁력이라면 학문의 경쟁력일 겁니다. 대학이 돈 버는 곳도 아니고 다른 경쟁력이란 게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학문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점인데요, 그건 교수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구로부터 나옵니다. 다시 말하면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들 개개인의 학문 경쟁력 이외에는 없습니다. 그걸 총괄해서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건 가능한 얘기가 아닙니다. 그건 대학이 섹스를 한다는 말처럼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한국사회 대학 개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대학을 기업과 구별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이래로 한국의 대학교육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대학이 기업이 되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과 기업이 같을 수가 없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세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으니, 한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업은 좋고 나쁨이라고 하는 게 결과적으로 단일한 재화로 계량됩니다. 아무리 여러 개의 사업 부서가 있어도 마지막에 그 이익의 총량이 단일한 재화로 표시된다는 겁니다. 원화든 달러든 '그게 얼마다'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대학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제가 철학과 교수로서 연구하는 것의 어떤 가치와, 옆 학과의 선생님처럼 역사, 물리 등을 공부하시는 분들의 연구 가치를 어떻게 하나로 계량화해서 동일한 것으로 환원시킬 수 있겠습니까?"

김 교수님의 말을 들으며, 저널리즘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언론을 떠올립니다.

미디어 격변의 시대, 쓰나미처럼 닥쳐오는 시장주의 바람 속에서 많은 언론인들 역시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죠.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해 언론의 공공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의 논리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한, 대학 교육에서나 언론에서나 새로운 희망은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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