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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주인 이소연 짱!

[취재파일] 우주인 이소연 짱!

과학영재들이 국가 과학자의 푸른 꿈을 키워야할 카이스트의 요즘 공기는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입니다. 지난 1월 8일 로봇영재의 죽음을 시작으로 4월7일까지 학생4명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고, 급기야 4월 10일엔 과학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교수 1명도 카이스트와 사별했기 때문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비보에 학교 구성원 모두 극심한 혼란에 빠져, 캠퍼스엔 무거운 침묵이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캠퍼스 한켠 목련정원엔 청순미에 고고함을 지닌 백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고 학생회관길엔 벚꽃이 만발해 꽃비까지 내렸지만, 침울한 공기는 좀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용하던 캠퍼스엔 수십대의 언론사 차량이 들락이고 카메라와 마이크, 펜을 잡은 기자들이 대학본부부터 강의실, 학생회관까지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을 벌집 쑤시듯 훑고 다니니 학생들, 교수들 얼굴이 좋을리 만무하지요.

이런 와중에 지난14일 카이스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15일 낮 12시 30분 대학본부옆 잔디광장에서 익명의 선배가 게릴라 딸기파티를 연다는 공고글이 올라왔습니다.

누굴까? 본능적, 직업적인  궁금증이 폭발했지만 거기까지, 아둔한 때문인지 주인공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예정된 시각, 예고된 장소엔 수북이 쌓아놓은 딸기상자와 학생 10여 명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지요. 헌데 학생 사이로  레게머리에 선글라스를 쓴 주인공이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람! 전혀 낌새도 채지 못했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출신인 이 박사는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깜짝 딸기파티를 준비했답니다. "학교가 행복한 학교이어야 하는데, 딸기를 먹으면 기분 좋아지니까 딸기 먹고 기분 좋아지라고" 딸기 100상자를 후배들에게 거침없이 쏜 것이죠.

우주인의 완벽 변신에 속은 사람은 기자 뿐 아니라 학생, 교수 등 구성원 모두였습니다.

이쯤 되면 우주인의 기획 의도는 성공을 한 것이겠죠.

변신 이유도 "후배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였습니다. 이 박사는 간간이 노래도 부르며 흥을 돋웠고 강의실로 가던 후배들의 발걸음은 어느새 딸기 파티장으로 향했습니다.

"딸기 먹고 힘내라"라는 선배의 말에 후배들은  "딸기 먹고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선배의 멋진 변신과 따뜻한 마음씨에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했고 잠시나마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소연 박사는 1시간 반 가량 기꺼이 후배들을 안아주며 사진도 찍고 용기를 내라며 응원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 박사는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에 연구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모교 후배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지쳐있는 것 같아 비공식적인 일정을 만들어 귀한 시간을 냈다고 하네요. 때문에 공식 인터뷰를 할 수는 없다고 정중히 사절했습니다.

가슴 따뜻한 우주인, 멋진 선배가 있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우쭐한 모습이었습니다. 

흐뭇하고 가슴 뭉클한 장면, 제 머리 속에도 "이소연 짱!"이란 말 외에 아무 표현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한 때의 좌절과 시련은 더 큰 행복과 성공을 위한 밑거름입니다.

이소연 박사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의 나눔 정신이 카이스트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흘러들어 캠퍼스에 넘쳐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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