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묘한 기름 값' 발언이 나와 유가를 잡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선언했다. 그 때 최 장관의 말 "내가 회계사 아니냐. 오랜만에 (회계사무소) 단기 개업한다는 마음으로 직접 원가계산을 해보려 한다" 였다.
정유사들 영업이익률이 3%대이지만 이자 등 영업외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제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게 아니라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또 정유 산업은 자연과점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못 박았다.
과점 부분은 맞는 말이다. 과점 시 발생할 수 있는 담합 여부를 가려내는 게 정부의 일이 맞다. 그런데 방식이 틀렸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3개월 넘게 합동 작업을 해도 결론을 내지 못한 복잡한 유가 결정 구조가 문제인데 장관의 말은 너무 쉬웠다.
잇따른 최 장관의 말은 더 걸작이다. 한 언론사 주최 세미나에서 그는 "한국전력이나 밀가루 회사들도 적자를 내면서 정부에 협조하는데 정유사들은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귀를 의심케 했다. 저녁 술자리에서 한 말이 아니라 마이크에 대고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석유가격태스크포스가 별 성과가 없자 결국 '고통 분담'을 엄중히 요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자율 경쟁을 촉진하라는 지식경제부 수장이 '성의 표시'라는 케케묵은 단어를 꺼내든 순간, 그동안 가격을 어떻게 낮춰야 하나 골머리를 앓던 기업들은 오히려 공격거리가 생겼다며 묘한 웃음 섞인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런 온갖 노력이 성과를 내 정유 4사가 기름 값을 전격적으로 낮췄다. 해당 장관이 이례적으로 논평을 낸다. "정유사들의 고통 분담 노력을 환영한다." 당당히 압박하고 또 당당하게 환영하니 참... 오히려 할 말을 잃게 했다.
논란이 됐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최 장관은 "이익공유제는 애초 틀린 개념이다.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안 된 개념을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익공유제에 대해 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논의가 필요한 부분일 텐데, '틀린 개념', '적절치 않다'라는 단정적 표현은 거슬렸다.
최 장관은 최근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한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납품 단가를 깎아 단기성과를 높이고 성과금을 챙기려는 기업 관료는 해고해야 한다"고.
임원들이 수치상 성과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납품가 후려치기'에 대한 유혹은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정부는 제도적으로 그런 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현실에서 더 성과를 낸 사람을 단가 깎았기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해서 해고할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물론 원론적으로 그만큼 동반 성장을 강조한 말이겠지만, 중소기업의 염원인 납품가 현실화가 그만큼 어려운 건 단순히 사람을 자르고 말고로 해결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이 화풀이 식으로 하는 말을 장관이 되풀이해서는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환율 언급도 시장에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최 장관은 "환율이 너무 떨어지면 기업 채산성이 안 좋아지고 투자가 안 되기 때문에 환율로 물가를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 최 장관은 어느 나라 국무위원인가. 정부가 정책목표를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선회하고 환율도 일부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말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다.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환율 개입이 시작되는가'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환율에 의한 수출 경쟁력 증진 정도가 많이 미약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고, 기업들도 1,100원 정도에 환율 예상치를 맞춰 대책도 세우고 기본적인 경쟁력과 체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접근을 바꿔나가고 있는 마당에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최 장관의 환율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거 최 장관은 재정부 차관 시절 '최틀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만수 당시 장관과 함께 고환율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전력이 있다. 환율에 대한 그의 개인 시각은 이해하지만 주무 장관이 아닌 상태에서의 언급은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최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장 때문에 불참했다는 '괘씸죄'가 결려 국회의원들에게 홀로 장시간 질문을 당하는 '분풀이'에 시달렸다. 분풀이를 하는 의원들도 밉살스럽지만 일본 원전사태로 한참 긴장을 해야 할 시점에서 차관이 대신 참석해도 되는 회의에 굳이 참석하면서 국내 일을 소홀히 한 것이 부적절할 수 있음에도 끝까지 '죄송하다' 한마디 없이 뻣뻣하게 대응하는 최 장관의 태도도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국내외 실물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실물 경제 수장으로서의 어려움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데 공감한다. 조율해야 할 이해관계자는 너무 많고 갈등도 수위도 높다. 직접적인 말로 빠른 피드백과 성과를 내고 싶더라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교훈을 잊지 말고 운영의 묘를 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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