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에서 장기간 대북 심리전 업무를 담당하고서 전역한 전문가가 대북심리전의 '실전 사례'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충주대학교 심리학과의 심진섭 교수는 18일 발간된 '합참지' 4월호에 기고한 '심리전, 현실적 최상의 비대칭 무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거 자신이 군에서 담당했던 대북심리전을 자세히 소개했다.
합참은 지난 2004년 6월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심리전 중지 합의 전까지 확성기와 전단지ㆍ물품 살포, 전광판, 대면 작전 등으로 대북 심리전을 펼쳤다.
심 교수는 전광판을 활용한 심리전의 작전 효과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됐던 전광판은 북한지역에서 잘 보이도록 대형 전자식 글자판으로 만들었다.
한 예로 "인민군 여러분 내일 빨래하지 마세요"라는 글자를 노출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서 일기예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북한의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는 "용천역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대한민국은 동포애 차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심 교수는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심리전의 파급 효과가 일주일 이내에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북한 당국을 극도로 긴장시켰고 북한이 남북장성급회담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확성기방송을 이용한 심리전 사례도 소개됐다. 북한군과 주민은 확성기방송을 통해 외부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와 '청춘을 즐겁게', '이 밤을 그대와 함께', '우리 다 함께 노래하자' 등의 음악이 섞인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시와 음악이 있는 이 밤에'가 북한군이 가장 선호한 프로그램이었다. 1997년 탈북한 J모씨는 북한군 4군단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고 프로그램의 캐릭터인 '귀여운 민지'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심 교수는 전했다.
심 교수는 "2003년 문산 북방에서 귀순한 탈북자는 '한국방송이 안 나오면 심심하고 답답하다'고 진술했다"면서 "확성기 방송은 한국의 우월성을 인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군과 주민은 1997년 이전에는 확성기방송 내용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으나 1997~1999년에는 80~90%, 1999년 이후에는 거의 신뢰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심 교수는 "살포된 물품은 상표를 제거하거나 변형시켜 상납용으로 활용하거나 밀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전단지와 물품 살포작전은 북한당국의 외부세계 정보차단에 대한 불만과 대남 동경심을 확산시켰던 수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대북 심리전 효과를 차단하려고 탈북 방지용 전기 철조망에 별도의 전기를 공급했고 탈북 징후가 발각되면 즉결 처분(총살)하는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다고 심 교수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