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가만히 있어서는 제대로 사랑한다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술가들도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부단히 움직인다. 작품 자체가 움직임으로써 강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멈춰있는 것과 움직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사실 멈춰 있는 것도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강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작품을 움직이게 만들면 처음부터 강한 이미지를 남기게 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상상력이 작용하는데, 그런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 대신 강한 전달력을 가지게 된다.
키네틱아트(Kinetic Art)는 말 그대로 스스로 움직이거나 관객이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미술 이다. 미술 작품에 운동성을 부여하는 작업인데 움직이는 형상이 변화와 에너지를 담게 된다. 움직임은 변화를 낳고 변화는 정지했을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한다. 감상자의 상상력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김기훈/ 키네틱아트 작가] 하늘의 별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별자리를 보기도 하고, 천문학자들은 물리학적인 법칙들이나 수학을 보기도 하고, 또는 그 안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예언하는 점성술을 봐요.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어떤 시점에 따라 다르게 다양하게 보거든요. 보통 작품 이라는게 덩어리나 움직이는 것들은 바라보는 대상이 되고, 나머지 공간은 배경으로 의미 없는 것이 되는데요.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오히려 움직이는 덩어리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죠. 추상적인 형태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사실은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의 공간에서 비너스의 형상이 보여 지거든요. 우리들이 보는 시선에 대한 환기나 질문을 던지는 거죠.
사람 형태의 조각들이 모터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다 보면 인간의 굴레와 노동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인간의 육체를 넘어서는 기계인간이 노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 흐름을 만들어 내는 인형들의 움직임은 이 사회의 구성원들을 닮아 있다.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힘은 구성원 한명 한명의 힘이 모여 이루어 진다.
유명인사들의 표정이 변하는 작품들을 통해 편견을 깰 수 있다. 이들도 표정을 지닌 한 명의 인간이었음을 떠올린다.
언뜻 보이는 모나리자의 얼굴은 완성된 하나의 결과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을 비판한다. 모나리자의 얼굴이 드러났다가 사라지는데 빛이 통과 하는 점들이 이런 효과를 만든다.
모터에 의해 움직이는 불상의 수많은 손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생각하게 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반응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석가모니의 광배. 성인의 후광 역할을 하는 불교의 도상이 톱니바퀴로 표현되어 있다. 톱니바퀴 속에는 이어진 관계 속에서 몸부림하는 작가의 외침이 숨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운동에너지를 저장하는 의미의 작품도 있다. 무거운 받침에 발광하는 장치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진다. 움직임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관람객과 작품의 소통하고 있다.
[박소민/ 전시큐레이터] 일단은 상호 소통할 수 있다는거, 관객이 직접 만질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정지된 화면보다는 조금 더 소통의 폭이 넓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움직임’은 살아 있음의 출발이다. 살아 있어야 소통을 할 수 있다. 강한 전달력은 작품이 살아 있는 듯한 착각 때문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상대방이 나의 속마음을 알아차려 주길 원한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전에 마음을 알아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을 해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직접 말을 걸고 있다.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 미술은 하나의 유기체가 된다.
취재협조 - 공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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