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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가 카카오톡에 돌을 던지나

[취재파일] 누가 카카오톡에 돌을 던지나

경사가 벌어졌는데 매질이 시작되고

카카오톡과 관련한 최근 논란은 조금 이례적인 거 같습니다. 보통 언론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쓸 때는 '사고'가 났을 때가 대다수입니다. 서비스가 끊기거나, 느려지거나 하는 경우지요. 하지만 카카오톡은 가입자가 1천만을 돌파한다는 내용이 알려질 때, 비판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고를 친 게 아니라 경사가 벌어졌을 때 매를 맞는 식이지요.

카카오톡에 대한 비판은 이런 식입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통신망에 하나도 기여를 하지 않는 것들이 망부하를 엄청나게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접속돼 있는지 확인하는 카카오톡의 '킵 얼라이브' 방식이 망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것이지요.

억울한 카카오톡, 공짜 서비스 만든 것뿐인데

카카오톡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런 의문을 갖고 찾은 카카오톡은 제 생각보다 훨씬 작은 회사였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40명 정도였고, 사무실도 협소한 편이었습니다. 이제범 사장의 사무실조차 없을 정도였지요. (물론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은 나름 훌륭한 사무실을 갖고 있기는 했습니다. 한때 NHN 사장이었으니 화려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이제범 사장은 낯모르는 기자가 통신사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사를 쓰지는 않을지 조심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어쨌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입자 천만 명을 모았기 때문에, 자기 회사가 적든 많든 망에 부담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카카오톡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통신사의 망에 부담을 줍니다. 개방을 외치는 구글은 제대로 된 '푸시'(메시지가 오자마자 띄워주는 기능) 서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사가 자체 서버를 운영해야하는데, 이게 문제가 생기면 해당 통신사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의 서버가 다운되면 통신사의 망을 동시에 공격해 '디도스 공격'과 유사한 부담을 준다고까지 말합니다.

반면 애플사는 푸시 서버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망 부담을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쉽게 정리하면 그동안 애플의 아이폰을 주로 내놨던 KT는 크게 부담이 없고, 안드로이드 체제를 쓰는 갤럭시S를 주력으로 삼았던 SK텔레콤 통신망에는 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범 카카오톡 사장은 이 때문에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서버를 하루빨리 통신사 혹은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구글이 제공하는 서버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대로 공짜 서비스를 통신사들한테 욕먹지 않고 하고 싶다는 겁니다.

배가 아픈 통신사들의 항변

사실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자체 푸시 서버를 제대로 운영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카카오톡같이 통신사의 문자 서비스를 바로 대체하는 서비스들은 문자 매출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하루 발송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루 2억 건이니까 SMS로 환산하면 월 1천2백억 원이나 됩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이 돈을 공중에 사라지게 만드는 카카오톡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과거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신업체들이 열심히 깔고는 결국 돈은 네이버나 G마켓 같은 엉뚱한 곳이 가져간 아픈 상처가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수익 모델이 변변치 않은 카카오톡이지만 어느 순간 돈을 버는 업체가 될지 솔직히 알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가입자 천만 명을 모은 업체에 대한 두려움과 일종의 배 아픔이 통신사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통신업계의 말을 뒤집어보면

하지만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문자 서비스 매출 손실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매출이 좋아졌습니다. 스마트폰 정액제를 실시하면서 과거보다 매출이 30% 이상 좋아졌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문자 서비스 매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문자 매출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분야가 '스팸' 문자라고 합니다. 구멍가게 같은 개인보다는 아직까지 대형 마트 같은 스팸발송업자들이 본연의 영업 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다는 주장에는 '엄살'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황금알을 낳는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같은 애플리케이션은 '킬러 콘텐츠'입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큰마음 먹고 가입한 카카오톡이라도 요금 걱정 안하고 써야 본전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통신사들은 재료를 사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못 내놓겠다고 떼를 쓰는 거 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래가면 결과는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상한 고객들이 떠나는 겁니다.

킬러 콘텐츠는 어차피 또 나온다

어쩌면 카카오톡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1년 반만에 이런 스타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만큼,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카카오톡보다 더 가입자가 많고, 트래픽을 더 유발하는 스타 애플리케이션은 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작은 애플리케이션 업체를 구박하는 건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일입니다. 제2, 제3의 카카오톡에 대비하기 보다는 뒤로 숨어서 카카오톡을 매질하는 건 온당하지 못합니다.

카카오톡은 성공할까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카카오톡의 성공에 대해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게 사실입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모았지만, 뒤집어보면 가입자가 외면하는 속도로 엄청나게 빠른 게 스마트폰 시장입니다. 이미 인터넷에서 아이러브스쿨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지금은 거의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우리는 체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통신사들은 시장을 좌지우지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업체의 푸시 서버를 막아버리는 건 물론, 최악의 상황에는 '무제한 문자 서비스'같은 형태로 카카오톡의 수익 구조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카카오톡이지만, 분명 이 도전은 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벤처붐이 꺼지고 난 뒤, 이 회사는 스마트 혁명을 맞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범수 의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것같이 카카오톡이 머지않은 장래에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SNS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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