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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일 병합이 안중근 때문이라고?"

[취재파일] "한일 병합이 안중근 때문이라고?"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상 최악의 지진해일 재앙 와중에도 그 소신은 변하지 않나 봅니다.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독도 영유권 주장에서부터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가 한일 강제병합의 원인이라는 역사 왜곡까지... 일본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왜곡된 역사를 진실로 받아들이며  커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야말로 우리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아야 할 큰 이유인 듯 합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일본 중학교 검정 교과서에서 발췌한 역사왜곡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일 강제병합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이 원인"(?)

- 초대 한국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민족운동가 안중근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일본은 1910년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하여 조선을 식민지화했다. 이것을 한국병합이라고 한다.(일본문교출판 교과서)

마치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때문에 한일 강제병합이 이뤄졌다고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하얼빈 의거가 없었다면 한일 강제병합은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 아닌가요? 역사학자들은 이 내용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만 해도 하얼빈 의거는 1909년 10월 26일 발생한 일인데, 이미 일본 내각은 8월에 한일 강제병합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불과 4년 전 같은 교과서에는 "안중근이 이등박문을 만주에서 암살했다"고 객관적인 사실만 짤막하게 기술했는데, 여기에 왜곡된 내용을 추가해  한일 강제병합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뻔해 보입니다.

2. "조선 통감부를 둬 조선의 근대화를 추진했다"(?)

- 러일 전쟁 후 일본은 한국통감부를 두고 보호국으로 만들고 근대화를 추진했다.(자유사 교과서)

언제부터 조선통감부가 조선의 근대화 추진 기구가 됐나요? 통감부가 조선의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것은 일본이 조선 침략을 은폐하려는 포장에 불과합니다. 이것도 명백한 역사 왜곡이죠.

동북아역사재단 자료실에 보관된 불과 1년 전 같은 교과서를 찾아보니 이렇게 씌어 있더군요. '조선 통감부를 설치해 조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역사적 사실이 바뀐 걸까요?

3. "3.1 운동은 양자 충돌로 많은 사상자 났다"(?)

- 처음에는 비폭력 집회로 계획되었으나 차츰 대규모 운동으로 발전했다. 군대가 출동하고 양자의 충돌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자유사 교과서)

3.1 운동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책임이 대규모 시위대에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게 써 있습니다. 평화적 시위를 하던 조선인들을 헌병과 군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폭력적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조선총독부의 행위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지적한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은 비단 앞에서 언급한 한국 근대사 관련 부분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고조선 존재 부정, 임나일본부설, 임진왜란 파병설 등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되버린 상당수의 역사 왜곡은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일본의 몇몇 교과서에서 언급됐던 위안부 문제는 이번엔 아예 모든 교과서에서 사라졌습니다.

일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런 내용들은 일본 현지에서 너무 흔히 듣던 얘기라며 놀랄 일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그래도 이런 내용이 교과서에 실려 일본의 미래 세대들이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역사 왜곡의 시정을 요구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미래 세대에 대한 올바른 역사 교육은 물론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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