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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바마의 재선 도전 선언

우리 정치인도 자신의 꿈 당당히 밝혔으면...

[취재파일] 오바마의 재선 도전 선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각으로 4월 4일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재선 도전 선언입니다. 그런데 기자들 앞에서 발표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재선 출마 의사를 공개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인 버락오바마닷컴의 4일자 메인 화면입니다.

"재선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오늘 사무실 문을 열고 필요한 짐이 담긴 상자들을 뜯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승리로 이끌어줄 여러분 같은 지원자들과의 대화를 시작합니다."라며 이 사이트에 접속해온 네티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클릭을 한 번 더 하고 들어가면 다음 글이 뜹니다.

"여러분, 오늘 참여해 주세요.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대선 운동을 전진시켜 나갈 여러붙같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더 번영하는 미국을 건설하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주세요.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2012년 대선운동을 시작하면서 저희는 풀뿌리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일 같이 미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직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저희가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선거운동을 조직하려고 합니다.

지금 바로 회원으로 가입하셔서 여러분이 우리의 전진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재선 도전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과 2012라는 숫자를 보고 클릭하면 맨 위의 오바마 대통령 홈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미국 투표권이 없는 제 휴대폰에도 오늘 아침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2012년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기 때문입니다. 아래 홈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여러분의 의견을 전해주세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오바마 대통령 측의 재선도전선언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대선 승리를 전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는 전략을 짰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2008년 대선 때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그 사이 영향력을 엄청나게 키운 페이스북과 트위터같은 소셜 미디어 쪽에 철저하게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하루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무려 7백28만 명의 팔로워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선거자금을 기부해달라는 글도, 동시에  어떤 선거운동을 펼쳤으면 좋은지 아이디어도 내달라는 부탁도 함께 받았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기꺼이 오바마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가입한 몇몇 미국민들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대부분이 이번에도 오바마 지지운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넷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투브에 자신을 대선후보로 자칭하지는 않으면서 왜 자신이 백악관에 4년 더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함께 실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정치는 비싼 텔레비젼 광고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마다 조직화돼 있고, 이웃들과 동료,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는 것입니다.

재선 선거운동의 기초를 세우는 일을 오늘 시작합니다. 미국 전역의 도시와 마을마다 우리 함께 새로운 조직을 세웁시다. 옛 친구들과 다시 연결하고, 새로운 이들을 합류시키며 내년의 싸움을 준비합시다."

오바마 대통령측의 온라인 활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사회적이면서 집단적인 노력이라는 정신에 근거해 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Are you in?"이라는 구호야말로 내년 대선 때 오바마 선거운동의 핵심구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덩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오늘까지  2008년 대선 때 오바마의 지지기반이었던 풀뿌리들의 협력이 없는 국정 운영을 해왔다는 불만과 비판도 외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또 다시 온라인을 통해 풀뿌리들에게 의지하려는 오바마의 선거전략이 성공할지는 전적으로 그 풀뿌리들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오늘 조용히, 그러면서 파상적으로 진행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 선언을 보면서,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오바마 단임설', '힐러리 클린턴 추대설' 같은 그 동안의 설들이 그야말로 說로 끝나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대선을 1년 7개월 앞둔, 더우기 임기만료를 1년 9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이뤄진 현직 대통령의 출마 선언에 언론들이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선이 보장돼 있는 미국 헌법하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도전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다고 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소홀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겠죠.

그런 면에서 저는 우리 정치인들의 대단히 조심스러운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한국 정치 현장을 10년 가까이 취재하면서도 자신의 집념과 야망을 공개석상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정치인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2002년 대선 때 한 방송사 토론프로그램에서 "대통령, 정말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을 꿈벅하던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워싱턴 특파원으로 1년 2개월 동안 있으면서 워싱턴을 다녀간 정치인들을 여럿 만났고, 그 중에는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분들도 있었지만 특파원 간담회 때 "대선에 출마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한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현재 다른 광역단체장으로 있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당장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설명을 나중에 비공식적으로 한 사람도 있었고,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것은 반갑지만 여건이 성숙돼 있을 때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며 내년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 시작전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것은 어차피 일반 국민이 "저 사람은 대선에 출마하겠구나"하고 여기고 있는 데도 정작 본인만 말을 아끼는 모습이 모순 같다는 것입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현직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지금 보다 내년에 출마하는 게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면 어차피 그런 배짱과 전략으로는 그닥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하고 싶다. 맡겨주면 잘 할 자신 있다. 지금은 내가 그런 선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저 스스로, 잘 아는 분들로부터, 또 국민으로부터 평가받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어디 덧날까요? 선거법에 접촉될 일도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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