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냐 사회주의냐", "낙제점은 면했다".
지난달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은 갑자기 그날의 가장 뜨거운 뉴스거리가 됐습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내놓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강한 반발이 화제가 됐고 또 청와대나 정부를 겨냥해 이번 정부의 경제 성적이 (겨우)낙제점은 면했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니 화제에 오를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회장은 어제 '낙제점' 발언과 관련해 "내 뜻은 그게 아닌데, 완전히 오해들을 하신 것 같다"며 직접 해명했습니다.
이 회장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트 어코드(국제 스포츠 경기 연맹 관계자들이 모이는 큰 행사로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프레젠테이션이 있다고 합니다) 참석차 출국하는 길에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회장단 회의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그것 때문에 골치가 좀 아팠다"며 곤혹스러워 했습니다.
또 "비판 소리가 들리고, 내 뜻은 그게 아닌데 완전히 오해들을 하신 것 같다"며 "경제 성장이 잘 됐고, 금융위기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 이런저런 면에서 잘했다는 뜻이었는데 이상하게 전달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에 비판적인 한 인터넷 언론에 기사가 나왔는데요, 정말 그럴 듯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잘 보이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삼성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공익광고를 제작했는데 이 광고가 게재된 시점이 문제의 전경련회장단 회의 발언이 있은 직후라는 것입니다. 방송광고는 바로 다음날부터 전파를 탔고 신문은 사흘 뒤에 게재됐습니다. 물론 삼성 측은 광고라는 게 당장 제작하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야 하는 만큼 그 발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삼성측의 설명이 맞긴 맞는 것 같지만 아무튼 광고 문구는 이렇습니다.
"혼자 만들면 기술이 되지만 함께 만들면 예술이 됩니다."
"투게더 포 투모로우(Together for Tomorrow)..대한민국 중소기업과 함께 만든 세계인의 베스트셀러"
"세계 속에 대한민국이 빛나는 이유는 대한민국 기업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아주 강한 톤으로 강조하는 광고입니다.
삼성이 강하게 현 정부와 맞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역시 한 수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군요.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재계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장 발언에 따른 대응인지 아닌지 역시 잘 모르겠지만 법을 고쳐서라도 2세, 3세가 만든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재벌이 부를 세습하면 강력히 과세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만큼 재계가 대립각을 세울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조화를 이룰지 지켜볼 만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