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영상토크] 쓰나미의 비극 - 일본 미야기현을 가다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뉴스의 대부분은 원전으로 인한 방사능 위험으로 채워져 쓰나미의 재난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뉴스의 중심은 원전과 방사능으로 옮겨간 지 오래입니다.

이번 재난의 출발점은 쓰나미였습니다. 그러나 방사능이라는 이슈는 이번 사태를 '그들의 피해'에서 '우리의 피해'로 화두를 옮기며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물론 지금의 뉴스 가치를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쓰나미 현장에서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취재한 사람이 재난의 영상을 재방송하듯 다시 이곳에 올리는 데에 약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뒷부분에 적겠습니다.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시.

현장의 느낌은 소름과 섬뜩함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휩쓸려 버린 현장. 재난 현장에서 자기로 향한 카메라 렌즈를 반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재난 취재는 화면을 담는 영상기자의 마음을 더 진지하게, 감정을 더 억누르게 합니다.

거대한 마을을 나무더미의 평평한 공터로 바꿔버린 무서운 쓰나미. 나무와 스티로폼들로 온통 뒤덮인 채, 수많은 시신들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엄청난 진흙더미.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지상에 남아있는 파괴된 가옥에 접근하는 것이 전부인 듯 했습니다.

항구에 정박했던 배는 부두 위로 훌쩍 올라 앉아 버렸습니다. 엉망이 된 가구점 사장님은 망연자실 그 자체. 천장에 꽂혀 버린 의자가 덮쳐왔던 바닷물의 높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쓸만한 물건을 주우러 다른 지역에서 온 노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재난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침착함이 여러번 언급되지만, 남의 불행 속에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얌체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따리를 어깨에 둘러맨 중년 남성의 오른손에는 폐허에서 찾아낸 명품 X비통 가방이 들려 있습니다. 이들은 재난 현장에 등장하는 또다른 종류의 인간군입니다.

현지에서 취재를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일본인의 침착함은 정부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정부의 대책이 나올 때까지 국민들은 규칙과 질서를 지키면서 기다리면 중앙으로부터 해결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려온다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행동방식의 이면에는 일본의 특유한 이지메 문화가 밑에 깔려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함부로 나서거나 튀면 이지메를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중간 계층 중에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나서는 리더가 없다는 말입니다.

결국 최고 중앙정부의 조치를 기다리며 하달된 행동강령만을 따라야 하는 그들. 우리에게 재난이 닥치면 본보기로 삼아야 할지 고쳐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이번 출장에서 느낀점 또 하나. 일본 현지 방송에서 보는 보도 화면들은 우리와 다릅니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우는 소리도 옆에 들리는데 카메라 렌즈를 사람 쪽으로 돌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저였다면 진작에 사람을 향해 포커스를 맞췄을 텐데요. 시의성, 근접성, 저명성, 영향성 등등 뉴스밸류에 있어서 사람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의 재난보도영상은 그런 부분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개인의 슬픔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토크를 올리는 데에 고민이 있었고, 화면도 정제했습니다.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기록의 의미로, 사관의 정신으로 이곳에 남깁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이 한국에서 일하는 영상기자인 저의 현재 위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p.s. 갑작스런 재난 취재는 모든 과정이 수월치 않았습니다. 이번 취재를 위해 고생하신 일본 현지 코디네이터 등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