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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앞으로는 미국이 혼자서 책임 안 진다"

오바마 독트린을 바라보면서

[취재파일] "앞으로는 미국이 혼자서 책임 안 진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섰습니다. 리비아에 대해 ,정확하게 카다피 정권을 향해 군사공격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원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미국 내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군대를 동원하면서 의회와 한마디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미 의회의 비난 여론이 높았습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민주당안에서도 그런 비판이 나오는 지경이니 이런 분위기를 잠재울 필요가 있었겠죠. 그리고 더 나아가 오바마 대외정책의 원칙을 미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릴 시점이 됐습니다.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 말입니다.

먼저 리비아 군사공격의 명분을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카다피를 향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그런데도 카다피는 자기 국민을 쥐새끼들이라고 표현하며 살상행위를 계속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학살을 앉아서 지켜볼 수는 없었다.

미국의 이익과 가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그런 일이 리비아에서 벌어진 것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인류에 대한 미국인들의 책임을 비껴가는 것은 미국과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었다.

리비아에 개입하면서 생긴 비용과 위험부담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행동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우리의 이익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옳은 일을 하지 말라는 주장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군사공격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오바마가 이번 군사행동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것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카다피가 물러나기를 나도 원한다. 그렇지만 힘으로 카다피를 쫓아내려고 시도하다가는 다국적군이 분열되고 만다.. 이라크를 떠올려 보자. 수천 명의 미군과 이라크인들이 희생됐고, 1조 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정권을 바꾸는데 무려 8년이나 걸렸다.

리비아에서 그런 일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카다피가 힘은 약해졌지만 계속 권력을 쥐고 있을 수 있고, 그런 상황이 리비아 국민과 전 세계에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는,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결국 리비아 국민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자, 다음은 제가 오바마 연설중에 가장 관심 있었던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리비아 같은 상황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을 때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이냐 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당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이익과 가치가 위협받는 날이 올 것이다. 미국인과 미국, 우리의 동맹국과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동원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다른 나라들은 자기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할 수 있지만 미국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인 미국은 리비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기꺼이 그 요청에 응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 부담과 책임이 미국 혼자의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런 문제들이 더 이상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은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광범위한 동맹을 조직해냈고, 리비아 시민들을 보호했고, 리비아 군의 진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비행금지구역을 우리의 동맹국들과 파트너들과 함께 이뤄냈다. 다른 나라들이 이런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강력한 동맹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다만 미국 내부에 걱정거리가 있을 때만큼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열풍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그 변화의 속도와 범위를 조종할 수는 없다. 오직 그 지역 국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미국은 (그 지역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 있어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미국 역시 혁명을 통해 탄생한 나라이기 대문이다. 역사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편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그 길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믿고 환영한다. 어느 곳이든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그들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특유의 논리와 정제된 연설로 오바마는 군사공격의 정당성과 명분을 잘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오바마의 소신입니다. 직접적으로 미국이 위협받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민간인들이 대량살상의 위험에 처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미국의 도움을 원한다면 기꺼이 개입하겠다는 것, 그렇지만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국이 독단적으로 먼저 개입하는 형식이 아니라 이번 리비아 군사공격처럼 유엔 결의나 동맹국들의 협력 속에 함께 개입하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강력한 동맹으로 불리는 한국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대외정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 우리 군인들이 가 있는데, 앞으로 그런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을 때 초기부터 한국군대가 군사작전에 협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해석 속에 경제위기를 겪은 미국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올 법합니다. 엄청난 전쟁 비용을 미국 혼자서 감당하기 벅차다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오바마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미국안에서는 여러가지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쪽은 일단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공화당 안에서도 훌륭한 연설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3년전 대선 때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잘한 연설이다. 하지만 카다피가 계속 정권을 유지하는 상황이 된다면 첫번째 걸프전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하는 말을 했습니다. 오바마의 전략상 모순들이 미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인도적, 인간의 관점에서 리비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리비아에 개입해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지켜낼 수 있는 이익과 가치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전 상황속에 1백만 명 이상이 탈출한 아이보리 코스트는 리비아와 같은, 아니 어쩌면 더 나쁜 상황인데 미국이 개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바마가 지난 시절 스스로 밝혔던 대외정책의 기조와 다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저서 '담대한 희망'에서 오바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 대중이 지지하고 세계가 이해하도록 하는 전략 없이 미국이 군사개입을 할 경우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것이다. 왜 미국은 미얀마나 북한이 아닌 이라크를 침략했을까?"

2007년 대선 때는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역사는 반복해서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모든 군사적 행동은 의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지받았을 때 가장 성공적이었다."

오바마가 던졌던 그 질문과 주장에 이제 오바마 스스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혼자서 그 역할을 감당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독트린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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