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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시중 위원장은 정치인이었다"

[취재파일] "최시중 위원장은 정치인이었다"

"이회창 의원과 이정희 의원 사이?"

아마도 김충식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내정되는 순간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최시중 위원장과 같은 동아일보 출신인데, 제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말이었을 거 같습니다. 같은 언론사에, 그것도 17년이나 연조 차이가 나는 선배 앞에서 주눅 들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일 거 같습니다.

(보통 언론사에서 17년 정도 연조 차이라면 거의 부장과 기자 초년병 사이가 됩니다. 최시중 위원장도 부원으로 함께 있던 김충식 위원에 대해 뛰어난 기자였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2기 위원회가 출범하는 날 김충식 위원이 내뱉은 말은 작정한 듯 보였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홍성규, 신용섭 위원과 기자실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부터 포문을 열었으니까요.

세간의 우려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의원과 민노당 이정희 의원과 같다"고 내질렀습니다. 같은 서울 법대 출신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을 들며 자신은 최시중 위원장과 성향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과 함께 있는 자리였지만, "(기자 시절) 최시중 위원장은 정치인이었고, 나는 그런 정치인을 비판하는 열혈 정치부 기자였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미묘한 말이었던 거 같습니다.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움직이는 합의제 기구이지만, 1기 위원회는 위원장의 독주 체제였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숫자가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야당 위원들이 제목소리를 못 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출범하는 2기 방통위는 어떤 정책 대결이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2기 방통위 위원들은 케이블 가이?"

"신임 상임위원들의 면면이 친케이블적인 분위기여서 희망적이다." 2기 방통위 출범식에서 길종섭 케이블TV 협회장이 한 말입니다. 행사장은 아니고, 외부 기관의 손님을 따로 모아 한 축하연에서 건배사로 건네진 말입니다.

사업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통위는 매사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의사 결정을 할까봐 매우 조심하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케이블 TV협회장은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상임위원들을 '케이블 가이'로 규정하는 위험한 발언으로 건배사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기는 했지만, 공무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케이블 협회장이 저런 건배사를 할 필요가 있었나"는 말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케이블 협회장은 아마도 케이블에 유리한 결정을 해달라는 바람을 담아서 한 건배사였겠지만, 상임위원들에게는 첫 시작부터 마음의 짐을 크게 지우는 말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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