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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는 7080세대인가?

'광화문연가'와 '천변 카바레'를 보며 '나이듦'을 느끼다

[취재파일] 나는 7080세대인가?
며칠 전, 뮤지컬 '광화문 연가'와 음악극 '천변 카바레'를 잇따라 취재했다. '광화문 연가'는 주요 장면 몇 개만 보여주는 프레스 콜이었고, '천변 카바레'는 전 공연을 중단 없이 보여주는 오픈 리허설이었다. 두 공연 다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된 곡이 아니라 기존의 인기곡들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광화문 연가'는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곡가 생전에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그가 고인이 된 3년 후에 완성된 것이다.

사실 '이영훈'이라는 이름보다는 그의 곡들을 불렀던 가수 이문세가 더 친숙한데, 뮤지컬에서 불려지는 노래들을 듣다 보니 가사도, 멜로디도, 가슴에 팍팍 와닿는다. 이영훈이라는 사람이 참 대단한 작곡가였구나, 새삼 깨달았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깊은 밤을 날아서.
옛사랑.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 공연을 가장 좋아할 관객들은 아마도 학창시절 이영훈 작곡가의 이런 곡들을 즐겨 듣고, 즐겨 불렀던 나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안 그래도 뮤지컬 '광화문 연가' 측은 7080세대를 위한 동창회 패키지를 마련했다 한다. 40대 이상의 학교 동창회 모임에서 단체관람할 경우 주연배우들과 단체사진 촬영, 고급 와인과 맥주, 공연 프로그램을 증정한다는 것이다. ('7080 세대'라고 하면 한참 나보다 나이 많은 세대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럼 나도 이제 7080세대란 얘기인가?)

'광화문 연가'는 뮤지컬에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노래'에서 이미 점수를 잔뜩 따고 들어간 셈이다. 그러니 이 주옥 같은 노래들을 어떻게 엮어서 줄거리에 유기적으로 녹아들게 했는지가 중요하겠다. 대극장의 창작 뮤지컬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데, '광화문 연가'는 어떨지. 공연을 본 사람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던데, 아직 전막 공연을 보지 못했으니, 빨리 가서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광화문 연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월 10일까지)

                    


'천변 카바레' 역시 기존의 가요를 엮어서 만든 작품이다. 카바레를 무대로, 얼떨결에 배호 모창가수가 된 시골 청년 춘식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광화문 연가'보다는 좀 더 윗세대가 즐겼던 곡들이 이어진다.

고엽.
노란 샤쓰의 사나이.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두메산골.
커피 한 잔.
거짓말이야.
돌아가는 삼각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람....

'광화문 연가'가 7080이라면 '천변카바레'는 6070이다. 무대는 굉장히 작고 소박하고, 지금 보면 약간 촌스러운 6070의 느낌을 의도적으로 불러낸다.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지금 보면 닭살 돋는 영화를 잠깐 삽입하기도 하는데, 당시의 대중문화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재즈 가수 말로와 그의 밴드가 '천변밴드'로 출연해 거의 항상 무대에 나와 있으면서 감칠맛 나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시골 청년 춘식과 클럽의 '뻘 시스터즈'가 배호의 노래을 비롯한 6070 히트곡들을 부른다. 드라마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꽉 짜인 느낌은 아니다. 사실 이 공연의 중심은 노래다.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이런 노래들을 많이 들어는 봤지만, 불러본 적은 거의 없다. '광화문 연가'의 노래들만큼 내가 '즐겼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삼 이 노래들이 은근히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7080 세대인가 했는데, 이제 보니 6070까지도 커버가 가능했다!)

'거짓말이야'나 '커피 한 잔'은 지금 아이돌 걸그룹이 불러도 별로 어색할 것 같지 않았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람'은,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었다. 나에게는, 가사를 알아듣기도 힘든 요즘 노래들보다, 훨씬 친근하게 들린다.

(*천변 카바레, 4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리허설을 보고 나서 '예전엔 몰랐는데, 노래 정말 좋은데요' 했더니, 한 공연 관계자가 '김기자도 나이 들었나 봐요!' 하고 웃는다.

정말 내가 나이가 들었나. 7080 뮤지컬, 6070 음악극을 잇따라 취재하면서 새삼 든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지 않으면 이 공연들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오해 마시길. 이 공연들을 보러 오는 관객들 중에는 20대도 많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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