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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지지 않는 위키리크스 후폭풍

[취재파일] 사라지지 않는 위키리크스 후폭풍

조용히 떠난 美국무부 대변인

주영진 기자

작성 2011.03.22 08: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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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지지 않는 위키리크스 후폭풍
일본 대지진과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정신 없는 3월입니다. 두 개의 큰 뉴스 때문에 그동안 알려드릴 기회가 없던 소식을 하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미국 시간으로 일요일이었던 어제(3월 20일) 미국 버지니아주 Quantico 해병대 기지앞에서 시위가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미국 시민들은 이 기지안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석방하라고 외쳤습니다. 매닝 일병이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새겨진 T-셔츠들을 이고 있었죠. 결국 시위가 끝나고 35명은 해병대기지 앞 교차로를 막지 말라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매닝 일병의 사진입니다.올해 나이 겨우 23살입니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 없이 매닝일병은 세계의 경찰국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 정부를 상대로 맞선 혐의로 지금 군 구치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매닝에게 처음 씌워진 혐의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민간인들을 살상한 동영상등 국가 기밀을 누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미 군검찰은 22개의 혐의를 추가했는데, 거기에 바로 25만 건 이상의 외교문서들을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가 포함돼있습니다.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중죄인이 된 것이죠. 물론 미군 검찰은 매닝 변호인들에게 "사형이 아니라 무기징역을 구형하겠다'고 했다고는 하지만 말이죠.

자, 그럼 맨 위 사진 속 시위대는 왜 버지니아 Quantico 기지까지 찾아와 시위를 벌였을까요? 그 건 현재 미군 당국이 매닝 일병을 위험인물로 간주해 매일 한시간씩 독방에 수감하고, 그 것도 모자라 자살 가능성이 있다면서 매일밤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자살방지복을 입고 자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최고의 문명국가, 인권국가를 자부하는 미국 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게 시위대의 주장인데요, 공교롭게 바로 매닝에 대한 이런 처분이 미군, 미 국방부 안의 논란을 벗어나 더 큰 파문을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주일 전인 3월 13일 일요일 오후 미 국무부의 대변인이었던 필립 J 크롤리가 돌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알아봤더니 사흘 전 자신의 고향인 매사츄세츠주의 명문 MIT에서 강연을 하다가 매닝 일병에 대해 언급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더군요. 강연이 끝나고 매닝 일병에 대한 미 국방부의 처리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크롤리 전 대변인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대단히 우습고 어리석고, 역효과를 낳고 있다. 물론 매닝이 구치소에 있는 것은 옳은 일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외교적 이익을 위해 지켜야 할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발언은 매닝을 다루는 미군의 처사가 "우습고, 어리석다."는 발언이었습니다.

불과 하루 뒤에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질문에는 크롤리 대변인의 발언 내용도 포함돼 있었죠.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안 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국방부에 알아봤더니 국방부가 매닝을 그렇게 다루는 게 적절하다고 하더라."고 대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입장에서 보면 큰 일이 난 겁니다. 자신이 대통령의 말과 완전히 다른 말을 했고, 그것도 다른 부처의 처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 됐으니까요. 그래서 크롤리 대변인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일요일밤 클린턴 국무장관은 "유감이지만 크롤리 대변인의 사의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26년 동안 미 공군에서 복무했고, 전역 후에는 싱크탱크서 활약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으로 일했던,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 장관과는 막역한 사이일 수 밖에 없는 크롤리 대변인은 그렇게 미국 정부를 떠났습니다.

저도 가끔 국무부 브리핑룸에 가서 크롤리 대변인의 브리핑을 지켜봤는데, 여유가 넘치고 세계 각국의 현안들을 꿰차고 있고, 무엇보다 유머가 넘치는 아주 훌륭한 대변인이었습니다. 미국 기자들도 그런 크롤리 대변인을 무척 신뢰하는 눈치였고요. (다른 사람들이 브리핑을 하는 날이면 미국기자들이 무척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더군요.)

                               


클린턴 장관이 아끼고 기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크롤리 대변인이지만 클린턴 장관의 이너서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입니다. 클린턴 장관의 해외출장에 1년 이상 따라가지 않았고, 가끔씩은 부러 무뚝뚝한 발언을 해서 장관과 국무부를 곤혹스럽게도 했다는 것이지요.

크롤리 대변인 후임으로는 얼마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으로 있던 마이크 해머가 올 것이라고 크롤리 스스로 트위터에 썼습니다. 둘이 아주 친한 사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크롤리 대변인뿐 아니라 카를로스 파스쿠알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도 이틀 전에 그만뒀습니다. 다름 아니라 파스쿠알 대사가 "멕시코 정부가 마약범죄등 조직범죄를 척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멕시코 군대는 비효율적이다"라고 언급한 내용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됐는데,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엄청 화를 냈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강력한 반발에 파스쿠알 대사가 사표를 제출했고 클린턴 장관이 그 사표를 수리한 거죠. 파스쿠알 대사는 위키리크스 파문 이후 사퇴한 미국의 첫 재외공관장이 됐습니다.

처음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외교문서들을 공개할 때만 해도 금방 미국 정부가 난리가 나고, 세계 각국이 들고 일어설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는 차분하게 넘어가는 모습이어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미국의 기밀 문서들이 공개된 파문은 이렇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닝 일병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 다시 한 번 미국은 위키리크스 열병을 앓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닝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미국 정부를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각각 목소리를 낼 것이고, 법원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 모습이 바로 미국의 힘이라고 평가해도 될 듯 합니다.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정부가 대부분의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아직 진정한 강국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일러 보입니다.

참고로 위키리크스가 문건을 공개한 이후 중동지역에서 민주화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오비이락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눈여겨 볼만한 대목인 것 같습니다. 다국적군의 군사 공격을 받고 있는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한 위키리크스의 언급내용 기억하시는지요?

"우크라니아 출신 금발의 간호사 없이는 카다피는 어디도 가지 못한다. 카다피 일가가 엄청난 재산을 해외, 주로 영국에 빼돌려 놓았다. 카다피가 미국 CIA와 밀접한 관계다. CIA는 리비아 정보 당국의 정보 능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순기능과 역기능, 정보통제와 국가기밀... 우리나라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우리 상황을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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