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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엔고 쓰나미'가 더블 딥 부를까?

[취재파일] '엔고 쓰나미'가 더블 딥 부를까?

무역의존도가 80% 가까운 나라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큰 일이 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 없습니다. 금융위기가 처음 터졌을 때나 유럽재정 위기가 막 터졌을 때나 중국 쇼크가 처음 닥쳤을 때도 항상 정부는 "영향은 제한적" 이라고 하고 금융권에서는 "우리에겐 이익"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여파도 그렇게 낙관적으로 우리에겐 피해가 아니라 이익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슬슬 커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보면 일본-한국-중국은 하나의 공업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소재를 수출하면 이를 한국이 수입해서 중간재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망(Supply Chain)이 이들 세 나라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온 이유입니다.

일본 지진이 동북 지방에만 여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점차 전력부족 등 파급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격이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산업부문만 보면 지난해 우리 수입의 1/4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또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엔고' 가 전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대지진 이후 20조 엔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풀어 돈의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엔화 값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르면서 오늘(17일) 달러 당 76,52엔을 기록하며 전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습니다.

현재 '엔고'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복구 자금에 대한 수요를 예상하고 일본인들이 싼 이자로 빌려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청산될 것(즉,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을 예상하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만 보면 우리 수출 대기업들은 경쟁기업인 일본 업체들이 지진과 원전피해로 휘청이는 데다  엔고로 제 3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지게 되니까 그리 나쁘진 않다고 판단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공급 차질이 우려되던 판에 부품 가격까지 올라가게 되는 이중 부담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수입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면서 시차를 두고 다시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게 된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다행인 것은 현재로선 엔고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서는 많은 편이라는 겁니다. 우선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계속 풀고 있고 일본 정부도 원전 위기라는 급한 불을 넘기면 재정지출을 늘릴테니 결국 엔화 공급이 늘어 엔화가치는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일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정상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속도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자금 공급이 주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을 텐데 아직 금융위기에서 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돈을 풀었는데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정상적이지 않은 세계 경제 여건 속에서 돈을 푼 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물론 복구수요라는 실질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경우 돈을 풀었는데도 엔화가치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일본의 경쟁력 약화→복구 지연→세계경제 성장 동반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면서 '더블 딥'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고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걱정 때문에 설사 일본이 대놓고 환율에 개입해도 이번에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지난해 처럼 환율전쟁을 촉발하지 않고 봐 주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기대가 있기는 합니다. 여기에서 환율 전쟁까지 재발된다면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무너진 채 서로 자기 나라만 살아보겠다는 'G Zero World'가 돼 버린 냉정한 국제사회 현실이 이번에는 힘을 발휘하지 않고 같이 살아보자는 쪽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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