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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 폐허 속 생존자, 꿈같은 재회에 눈물

<8뉴스>

<앵커>

대재앙의 와중에 아직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실종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가족들과 감격적인 재회를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재민들이 헤어진 가족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임상범 기자가 그 안타까운 사연들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눈 감짝할 사이 검은 물살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부녀가 나흘만에 돌아왔습니다.

이곳이 정녕 며칠 전까지 식구들과 단란하게 살던 고향 마을인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조부모님 걱정이 굴뚝같지만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소녀는 그저 땅만 보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렇게 걷기를 한 시간.

덩그라니 남은 집 앞에 쭈그린 채 앉아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발견하자 소녀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괜찮니? 올라오느라 고생했다! 잘됐다! 잘됐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딸 아이를 온 몸으로 부둥켜 안은 엄마는 차마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센다이에서 실종됐다 구조된 미국인은 전화기 너머 반가운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자 울먹입니다. 

[목소리 들으니 좋구나! (저 괜찮아요.)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구나!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피붙이의 생사 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악몽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집이 서있던 자리를 몇 번이고 뒤져 봐도 남은 것은 검게 그을린 사진 한 장뿐.

[아무것도 없어요.]

지에 이산 가족이 된 남편은 자전거에 아내 이름을 써 붙인 채 하루종일 이 마을 저 마을을 헤맵니다.

잔해 한 가운데 쓸쓸히 남아 있는 앨범 속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재회를 오늘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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