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을 뒤흔든 스타크래프트의 열기는 식었지만, PC방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PC방에 가보면 저마다 하는 게임이 다양한 편인데요, 그 가운데서도 리니지 열풍을 필두로 한 온라인 RPG게임의 인기는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굳이 PC방에 가지 않아도 가정용 PC의 사양이 좋기 때문에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게임을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 게임에는 캐릭터와 함께 각종 아이템이 있습니다. 더 멋진 캐릭터, 더 성능 좋은 무기, 더 효과 있는 회복제 등 아이템의 종류도 각양각색이죠. 대부분 각 게임마다 가상의 게임머니를 만들어서 게임을 일정 시간 이상 하거나 미션을 해결하면, 또는 이벤트에 당첨되면 사이버머니인 게임머니를 충전하고 그 사이버머니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아니면 아이템을 더 쉽고 빠르게 구입·장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현금으로 아이템을 사는 거죠. 게임머니와 현금의 환율에 따라 돈으로 게임머니를 사서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임을 하다 보면, 그래서 어느 정도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좋은 아이템이 탐 나는 건 당연합니다. '아 저 아이템만 있었으면 쉽게 깰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러다 보니 자연스런 시장 논리에 따라 아이템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아이템이 실제 현금 수십, 수백만 원 대에 거래되기도 하는 실정입니다. 인터넷에서는 (게임)아이템 거래 사이트 여러 곳이 또한 성업 중입니다.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게임에는 근본적으로 이런 위험이 있지만 '사행성 게임'이라고 등급 규정만 돼 있을 뿐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습니다.
경찰에 검거된 20대 6명은 이 게임머니를 미끼로 게임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채팅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버그가 발생해서 무료 캐시(게임머니)가 생겼는데 충전해주겠다"고 접근한 겁니다.
모든 유저가 속아 넘어가진 않겠지만 어린이들은 혹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겠죠. 그러면 집 전화번호와 성인 인증에 필요한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고 유인합니다. 어린이들이 의심할 틈도 없이 두 가지를 알려주면, 이들은 다른 사이트에 접속해서 게임머니 결제창을 띄웁니다.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승인번호를 눌러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어린이를 마지막으로 유혹하죠. "충전 거의 다 됐으니, 너희 집 전화로 000-xxx-****에 전화 걸어서 승인번호를 누르면 돼"라며… 어린이가 승인번호를 누르는 순간, 집전화 소액결제로 5~20만 원의 돈이 빠져나가고 게임머니는 피해 어린이가 아닌 피의자들에게 충전이 되죠. 이렇게 남의 명의로 충전한 게임머니는 다시 인터넷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현금화가 가능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들에게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5백여 명. 1억 원 가까운 돈이 소액결제로 빠져 나갔습니다.
대부분 집 전화요금은 바로 결제가 안 되고 한 달이 지나야 고지서가 오기 때문에 나중에야 이런 사실을 안 부모들은 껑충 뛰어버린 집 전화요금에 놀라는 거죠. 작은 돈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액수도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아이들을 나무라고 말았을 부모도 있을 겁니다. 실제 피해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얘기죠.
피의자들이 이런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쉽게 돈 벌 수 있고, 잘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게임을 더 많이 하는 방학 때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른바 '작업'에 몰두하면 하루에 수십 만 원 씩 버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반성하기보다는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6명 가운데 구속된 3명은 같은 전과도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게임 업체에서는 "우리는 현금으로 아이템 거래하도록 한 적 없다"고 하고,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우리는 아이템 수요와 공급에 맞춰 중개업무만 할 뿐이다"고 하다 보니, 사실 각종 사이버 범죄의 온상이 돼 있는데도 경찰도 쉽게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자정이 되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신데렐라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게임중독을 막으려는 취지는 결국 게임을 원래 취지대로 건전하게 즐기도록 하자는 데 있을 겁니다. 게임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에 눈이 멀게 만드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제재방법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파일] "무료 충전"에 속지 마세요!
게임머니 사기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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