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과학수사의 필요성도 더 커졌습니다. 과학수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큰 인기입니다. SBS드라마 '싸인'도 그 중 하나입니다.
30년간 '싸인' 규명에 나섰던 연구원이자 현재 국과수를 이끌고 있는 정희선 원장을 '人스토리'에서 만났습니다.
<기자>
뺑소니 사고로 숨진 시신을 두고 법의관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뺑소니로 인한 단순 사고사.]
[단순 사고사를 위장한 타살.]
인기 드라마 '싸인'으로 국민적 관심이 쏠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 현장에서 30년간 '싸인'을 규명해 온 국과수 원장을 만났습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요즘 국내 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실제로도 많이 느끼시나요?]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요즘처럼 이렇게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아주 기뻐요. 가끔 저희 숙직실에 드라마 끝날쯤 돼서 전화하는 분도 계시데요. 전화해서 (드라마에서) 왜 그렇게 했느냐 이렇게 얘기도 하신다고.]
다만 드라마의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드라마에서 보면 증거를 (현장) 나가서 바로바로 찾고 이런 장면들이 많은데요?]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그렇게 빨리 안돼요. 우리 직원 중의 한 명이 고생한 사건을 말씀드리면 뺑소니 차량이 있었어요. 차에서 증거물을 찾기 위해서 한 달을 가지고 실험을 한 거예요. 차체를 다 보면서 하나하나 현미경으로 보고, (CCTV) 테이프 찾아서 보고 해서 결국엔 섬유 한 올을 찾았어요. 그 피해자 치마하고 같은 섬유라는 것을 확인했죠.]
[이혜승/아나운서 : 그 이외에 어떤 차이점들이 있죠?]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권력에 우리가 휘둘려지고, 다음에 우리가 한 감정 결과를 바꾼다든가 하는 건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 장면이라든가 아니면 증거물을 갖고 간다든가 증거물이라는 게 그렇게 밖으로 나갈 수가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서툰 실력에 의욕만 넘치는 여성 법의학자가 33년 전 자신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제가 연구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1978년도에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33년 전. 오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워낙 실험하는 데는 똑같거든요. 처음 오자마자 매일 기구 닦으라 그래요. 비커 같은 거 닦고.]
[이혜승/아나운서 : 어떻게 적성에는 잘 맞던가요?]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죽은 사람의) 위 내용물 같은 게 굉장히 냄새도 많이 나고 좀 그렇거든요. 근데 그걸로 실험을 계속 해야 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 혈액 갖고 실험하고 그런 것들이 처음에 정말 어렵더라고요.]
약학전공인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마약중독자들이 크게 늘던 지난 1985년.
당시 정 원장은 미국의 마약 검사방법을 참고해 소변과 모발로 마약 복용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이런 성과 등으로 국과수는 지난 2001년 'UN 마약 통제 본부'로부터 세계 10대 연구소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저희가 개발한 (마약 복용 여부 검사) 방법이 모발이죠. 그래서 머리카락 중에 약물이 침착되고 난 다음에 (머리카락이) 자라니까 자라는 거에 따라서 (마약을) 2개월 전에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이런 것을 측정할 수 있고. 그래서 그 시험 방법은 굉장히 지금 세계적이에요. 싱가포르 등에서 저희한테 와서 배우러 왔다 가고.]
이후 마약 관련 특허 4개를 출원해 정부로부터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았고, 지난 2008년에는 여성으로는 처음 국과수 원장이 됐습니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아직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지난 87년 '오대양 변사사건'이 대표적 사례.
한 공장에서 사장, 종업원 등 32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됐지만 구체적인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32명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위 내용물이나 혈액 쪽에서 뭔가 (증거가) 좀 나올 것 같은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실험을 해도 뭐가 안 나와서 결국은 (사인을) 못 찾고 난 다음에 아주 안타까웠어요.]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는 만큼 수사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는 요즘, 국과수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2009년의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은 단적인 경우입니다.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살인범 강호순의) 점퍼가 저희한테 의뢰가 들어왔었거든요. 정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적은 양의 혈흔이 (점퍼에서) 나온 거예요. 그 혈흔에서 유전자 분리를 했더니 강호순 씨가 그 이전에 죽였던 사람의 유전자가 나온 거예요. 그래서 그 증거를 가지고 가서 강호순 씨한테 보여줬더니 자백을 했어요.]
지난 2006년 서래마을 영아살해 유기 사건은 국과수의 역량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과수의 감식결과 프랑스인 엄마가 범인임을 밝혀내 처음엔 이를 비웃던 프랑스 측의 자성까지 끌어냈습니다.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우리가 실험했더니 프랑스에서 안 믿었잖아요. 믿지 않아서 우리 증거물을 프랑스로 보냈어요. 보냈더니 거기 프랑스의 3개 연구기관에서 실험했더니 (분석 결과가) 우리랑 일치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분들이 결과를 인정하면서 본인들이 너무 우리를 인정 안 했던 거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도 표시했었죠.]
오로지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국과수.
이제 연구원들의 열정과 첨단 수사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정희선/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 국과수가 국내에서 안주하지 않고 세계 속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그래서 일단 아시아를 선도하면서 세계 속의 국과수가 되는 것을 저희가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