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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FTA…어려워도 설명받을 권리

한미 FTA 추가협정의 불평등 조항 의혹들

[취재파일] FTA…어려워도 설명받을 권리

취재 기자들이 한미FTA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은 일종의 큰 '벽'입니다. 전문적 내용이 많아 시청자나 독자들도 이해가 어렵습니다. 협상의 실제 내용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유가 됩니다.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의 시점은 지났지만 중요한 것은 합의된 협정내용에 대해 국민이라면 누구든 설명받고 이해할 시간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식이 없어 잘 모른다고 '그냥 잘 되고 있으니 지켜보시라'하는 식이라면 곤란하겠죠.

의문을 가진다고 해서, 확인을 하려고 해서 반대론자는 아닐 것입니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몇가지 의혹들이 또 제기됐습니다.

1)  추가 협상 내용으로 볼때, 결과적으로 한국산 픽업트럭은 미국 수출시 '화물차'로 그대로 분류되고 미국산 픽업트럭은 한국 수입시 '승용차'로 분류된다? 

미국산 화물차가 한국으로 수입되면, 미국의 안전기준이 아닌 한국의 안전기준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유독 4.5톤 이하의 미국산 '픽업트럭'은 승용차로 분류돼 이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추가 협상서한 번역>

"상용차는 차량 총중량이 4.5톤 이하이고 그 차종에 관련된 모든 미합중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며, 특정주문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보다는 일반소비자를 위하여 생산되는 픽업트럭은 포함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안전기준에서는 승용차인 미국 픽업트럭이 또 관세에서는 화물차로 분류됩니다. 10%의 관세가 협정발효시 즉시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픽업트럭은 어떨까요? 2007년 5월 기존 협정문에서는 25%의 기존관세를 10년 동안 매년 2.5%씩 낮춰서 없애는 방식이었는데, 추가협상에서는 7년 동안 관세를 25%로 유지하다가 8년째부터 7.33%씩 3단계로 없애는 것으로 불리해졌습니다.

결국 미국산 픽업트럭을 일종의 전략수출품으로 양보한게 아니냐는 의문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반면 한국산 픽업트럭을 미국에 많이 수출하겠다는 의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 발표내용 비교>

"트럭(픽업트럭)은..5년 후에 단계적 시장진출 시도가 가능하다"
(2007년 5월 외교통상부)

"한국의 화물차 대미수출 실적이 미미한 점으로 비추어 미국의 화물자동차 관세철폐 방식 변경이 우리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상업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2011년 2월 외교통상부)

2)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차를 '리콜'조치할 때 한국 정부만 미국 측에 객관적 근거를 통보할 의무가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납득하기가 어려운 조항입니다.

<한.미 FTA 추가협상 서한> 제2절 안전기준
"한국은 그러한 일시적인 긴급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그리고 실행가능한 한 조속히, 미합중국 및 수입자에게 통보하고, 그 조치의 동기에 대한 객관적이고 논증되며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경우,그 조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합리적인 기회를 이해관계인 및 미합중국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 승용차를 강제리콜 할 땐 우리가 근거를 입증한 뒤 미국에 사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사전 통보 의무 조항이 없습니다.

문제 제기에 대해 외교부는 한-미 FTA규정에는 미국의 경우 리콜 사전통보 의무가 없다며 시인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국내 규정에 따라 사전통보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는 또 한-EU FTA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불공정한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습니다. 한국과 EU는 양측 모두
사전통보하도록 규정에 명기돼 있었습니다.

이 사안이 보도된 뒤 나온 외교통상부의 해명자료를 그대로 인용해봅니다.

"...한.미 FTA 추가협정은 2만5천대 이하의 미국산 수입차량이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경우, 우리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도로안전, 인간의 건강 또는 환경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예외적인 상황의 경우에는 필요한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잇는 권한을 확보하고 있음.

동시에 조치발동의
투명성 차원에서 사전에 미국정부와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객관적인 설명을 제공하도록 규정함." 

FTA 재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안전기준을 면제해준 것이 미국차에만 해당해 통보.설명 의무가 재협상에 명시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럼 안전기준도 면제해주고 통보.설명 의무도 생긴 것이라는 얘기인데 납득이 안 됩니다.

3
) 추가협상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돼지고기’ 관세 철폐는 날짜를 따져보니 실익이 없는게 아닌가?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 기타’ 수입 관련 관세철폐 기간을 볼까요?

- 2007년 6월 체결에서는 2014년 1월1일부터 관세철폐 
- 2011년 2월 체결에서는 2016년 1월1일부터 관세철폐 

한국산 수입하는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기타' 품목의 관세 철폐가 2014년 1월에서 2016년 1월로 2년 연장돼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협정 체결일을 기준으로 따져야 되는가 아닌가 하는 상식적인 의문을 불러오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오히려 협정체결일을 기준으로 할 때 기존 협정에서는 '7년 뒤'였는데 추가 협정에서는 5년이 돼 오히려 2년이 줄어든 셈이 됩니다.

이게 궤변인지 아니면 엉뚱한 생각인지는 많은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미 FTA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런 국가의 중대사안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확인을 원하는 것은 기자들 뿐 아니라 모두의 권리일 것입니다. 국민은 정부에 설명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다른 것들을 위해 양보한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분명한 성과들을 제시하는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게 멋진 정부의 자세가 아닌지... 혹시 국민들을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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