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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2시가 땡 치면∼

신데렐라법 어떻게 되나

[취재파일] 12시가 땡 치면∼

혹시 '신데렐라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난 2008년 당시 보건복지부, 현재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게임 셧다운제'의 또다른 명칭입니다.

'게임 셧다운제'는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있는 청소년들을 보호하자는 명목으로 마련된 법인데요, 자정부터 오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셧다운(shut-down)', 즉 아예 막아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12시 종이 땡 치면, 게임이 전면 막힌다고 해서 이른바 '신데렐라법'인 것이죠.

이 제도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으로,  원래 어제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는데, 일단 보류를 했다고 하네요.

그동안 이 셧다운제를 놓고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를 비롯해, 게임업계와 학부모단체까지 각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셧다운제의 실효성에서부터, 게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놓느냐, 게임산업의 발전은 어떻게 하느냐까지 도저히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국회 논의가 보류됐더라도, 다음 상정 때까지 또 의견은 첨예하게 갈릴 듯 싶습니다.

사실 이 '셧다운제' 시행을 두고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실효성이 있는가'입니다.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의 서버를 막아 영업을 하지 않게 한다고 해서,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건 아니니까요.

또, 이 법은 '청소년 등급제 게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오히려 성인 등급물로 분류된 게임에도 손을 댈 수가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입법학회는 현재 게임을 하고 있는 청소년 500명을 조사했더니, 강제적인 셧다운제가 시행이 되더라도 게임을 계속 하겠다는 응답이 46%에 달했고, 다른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겠다는 답도 48% 넘게 나왔다면서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이런 강제 수단을 시행하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태국에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심야시간에 PC방에서 게임하는 것을 막는 법을 시행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고요. 우리나라에는 밤 10시가 넘으면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을 막는 법이 시행이 되고 있어, 청소년들이 PC방에서 밤새도록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뿌리뽑혀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셧다운제를 시행한다면, 게임의 범위는 어디까지 봐야 할까요. 스마트폰 게임이나 콘솔 게임까지 게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요. 여성가족부와 학부모 단체들은 이런 모든 게임까지 포함해서 '셧다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제처도 '게임 셧다운제는 모든 종류의 게임을 포함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고요.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막으려면 아예 앱 마켓에 청소년을 접근을 못하도록 하거나, 게임기를 켜지 못하도록 전기를 끊거나 하는 극단적인 수단 밖에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 단체는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게임이 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라며 강제로 게임을 끊는 수단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환경을 조성해놓고, 아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무리라는 것입니다.

게임 중독에 빠져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주변까지 해치는 많은 사례를 보면, 게임 중독은 사회가 나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 문제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런 강제적인 '셧다운' 밖에 방법이 없는것일까요.

일부에서는 기술적인 접근과 사회적인 관심을 통해 얼마든지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TV셋톱 박스의 경우, 처음 구입을 하면 볼 채널, 아닌 채널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원래는 유료 콘텐츠 접근 때문에 만들어진 장치인데, 이것이 청소년 보호 장치로도 쓰인다는 겁니다. 특정 등급 이상의 채널은 아예 잠금 장치를 해두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면, 환경설정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아닌 콘텐츠를 설정해 놓을 수 있습니다. 대신 청소년 사용 목적으로 이런 기기를 구입할 때, 판매자나 통신사업자에게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부모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는 고지 의무를 주면 된다는 겁니다. 조금 귀찮기는 하겠지만, 자녀를 해로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려는 부모라면 누구나 달갑게 받아들일만한 의무란 것이지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미명 아래, 지금과 같은 정보 사회에서 무조건 정보를 통제하기 보다는, 충분한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일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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