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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래도 억울한 의원님들

[취재파일] 그래도 억울한 의원님들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겠다.' 정의 실현을 위해 신속하고 민첩하게, 일사불란하게, 국회의원들이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합니다.

'저것 좀 봐라'.

이유는,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억울하다고 할 때는,

'나라 일이라는 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법 개정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억울하겠지만, 조금 더 기다리세요. 한 쪽 입장만 내세우면 안 됩니다.'

이랬던! 분들이, 자기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니, '거두절미' 두 팔 걷어 부치고 스스로 도왔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하늘의 감동을 기대했던 것일까요?

전국청원경찰협회의 입법로비의혹 수사를 받고 기소된 여야 의원 6명에게 죄를 물을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소식에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정치는 자신의 눈이 아닌 국민의 눈으로 해야 한다. 법안도 그러하다' 면서 이번 국회 행안위 위원들의 법 개정을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물의를 빚은 주인공들이 모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산적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상정 법안이 172개나 됐습니다) 애써 정치자금법 개정 문제는 언급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발언을 신청했습니다.

"금요일에 정자금법 개정안 통과될 당시 제 불찰로 출석하지 못했습니다. 본 의원도 청목회 건 관련해서 당협 사무실이 압수되고, 현재도 회계책임자 등 일부가 불구속 입건 처리되지 않나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말합니다.

청목회는 18대 국회 행안위가 피해자인 동시에 이해의 당사자입니다. 법원에도 이해 당사자는 재판의 주체에서 빠지게 돼 있습니다. 행안위도 스스로 법안심의를 기피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국회 입장에서 법령상의 모호함을 분명히 하기 위해 법 개정 필요하다면 논의와 심의를 하되 법의 적용시기를 19대 국회부터 하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습니다.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 스스로가 관계돼 있어 형식적으로는 법 개정할 수 있으나 형법이 정한 죄형법정주의에 비추면 반하고 국민정서상 입법권 남용으로 비쳐질 것이라 봅니다."

금요일 전체회의에는 왜 불참했는지, 아쉬움이 크지만, 이 같은 소신 발언을 하자,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나머지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이인기 의원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간과될 수 있겠어서 얘기합니다. 저는 작년에 대정부 질문 통해서도 청목회 사건이 검찰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하는 무리한 수사라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가 아예 사라지고 청목회 사건은 완전히 범죄로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한테 정치자금을 전달하는데 있어 10만 원씩 소액으로 하는 게 가장 깨끗하겠다 해서 만든 제도인데 그 제도가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빌미를 줘서 실지로 정치적 수사를 했습니다.

작년에 11명의 현역 여야 의원들을 같은 날 동시 압수수색했고, 검찰이 그러한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수사를 했는데 그중에 5명은 기소도 못했다, 여기에 대해 검찰은 사과 한 번 안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그 10만 원 자금 받은 것이 범법이 되고 부도덕한 것으로 되는 현실은 바로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자법 개정한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하다는 겁니다. 억울해서 법을 고쳤는데,  나쁜 짓했다고 욕을 하니 더욱 억울하다는 겁니다. 정치자금법이 군데군데 문제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 부분을 고쳐나가겠다는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또 국회가 입법기관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법을 만들어 내고 고치고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입법은 국회의, 국회의원의 기능이고 권한일 뿐 국회의원의 특혜는 아닙니다.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그걸 개정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가 되기도 하는 입법로비를 벌이는 경우도 있고 공청회도 거쳐야 합니다. 왜 법 개정이 필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그 과정이 지난해 스스로는 피해를 입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처럼 똑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됐으니,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그 과정을 생략해도 좋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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