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터널 안 범죄, 막을 수 있나요?

[취재파일] 터널 안 범죄, 막을 수 있나요?

터널이나 지하차도에 보행 통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어둡기도 하고 공기가 좋지 않아 다니지 않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주 좋은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부터 이 터널 보행로에 유리벽이 만들어져, 걸어 다니기가 더 좋아졌고요.

하지만 유리벽이 세워진 보행로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량 소음과 매연으로부터는 보호를 받겠지만 인적이 드문 시간이면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당국에서 안전 대책을 세워놓기는 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부터 시내 터널 곳곳에 보행자 안전을 위해 비상벨과 CCTV, 인터폰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문제는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느냐는 것이겠지요.

실제로 유리벽이 설치된 보행통로가 있는 터널 몇 군데를 다녀봤는데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터널에 설치된 비상벨 6개는 눌러도 모두 다 아예 울리지 않았고, 다른 한 터널의 비상벨은 울리기는 해도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앞서가던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비상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인터폰은 아무리 눌러도 응답이 없었습니다.

혹시 CCTV도 고장 난 건 아닐까 싶더군요. 그래서 이 장비들을 관리하는 도로교통사업소에 찾아가 봤습니다. 황당하게도 단 한 명만이 CCTV와 인터폰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잠시 자리라도 비우게 되면 터널 보행로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제가 인터폰을 눌렀을 때 응답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겠죠.

게다가 예산 문제로 야간에는 이 CCTV를 모니터하는 관리자가 아예 없다는 군요. 한마디로 이런 안전 장비들을 믿고 터널을 다니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을 잡기 위한 수사 용도로는 CCTV 녹화자료를 쓸 수 있겠지만 범죄 예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셈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뜨악' 했습니다. 고장 난 장비들 고치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안전에 대한 의식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화도 나더군요.

시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비들이 있는 줄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차라리 방범대원들이 순찰을 다니는 게 더 안심된다는 말도 하더군요.

얼마나 더 큰 사건이 발생해야 좀 더 철저하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지난 2년간 이 장비들을 설치하는 데 10억 원이란 예산이 들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거라는군요. 하지만 이걸 설치해 놓더라도 지금 같은 공무원들의 안일함으로는 어떻게든 제대로 된 안전 관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