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고달픈 대학생들…'자취 십계명'

[취재파일] 고달픈 대학생들…'자취 십계명'
최근 인터넷에서 퍼졌던 자취 대학생 십계명입니다. 저도 처음 보고 웃어 넘겼지만, 하나하나 뜯어보고 나서는 자취생들에겐 치열한 '생존의 전략'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대학 캠퍼스에 가서 학생들을 만나보니 공감하는 항목이 꽤 있었습니다. 1번 "자취생임을 만천하에 알려라"의 경우도 저의 예상과는 반대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자취생임을 알리면 하숙하는 친구들이나 주변 서울 친구들, 혹은 식당 주인으로부터 반찬 등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는 겁니다.

2번 "학교를 적극 활용하라"와 3번 "MT에 꼭 참석하라"는 항목은 대부분 학생이 동의했습니다. 학교 식당을 이용하는 건 기본. 반찬을 많이 달라고 해서 남는 걸 싸간다거나 물을 생수통에 받아 가는 건 귀여운 편입니다. 쓰레기도 학교에 가지고 와서 버리는 학생들이 많다는군요. 요새는 버리는 것도 돈이니까요. MT에 와서 남는 반찬이나 생활용품을 챙기는 건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요.

옆집 자취생과 함께 마트에 가서 '1+1행사'를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생활용품을 구할 수 있다거나, 가계부 쓰기, 천원숍 애용하기 등은 자취생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항목입니다.

제가 읽고 마음이 조금 아팠던 항목은 4~6번입니다. 주로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입니다. 룸메이트를 형이나 언니로 택하면 나이 많은 사람이 주로 푼돈을 쓰게 되니 내 돈을 아낄 수 있고, 후배한테 밥 사주고 좋은 선배 얘기 들어봤자 헛될 뿐이며, 매점 주인이나 자취집 주인 등 주변 관계를 돈독히 해놔야 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껴 쓰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각박해지는 건 우울한 일이죠.

그래서 자취 대학생 십계명은 그냥 웃어넘길 인터넷 유머가 아닙니다. 2011년 전세난과 물가 급등, 등록금 인상 등으로 허리가 휘는 대학생들의 오늘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십계명의 웃음 뒤에는 최근 생활고를 못이긴 대학생들이 해서는 안 되는 돈벌이에 나서고, 빚더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죽음을 택하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소위 '자취의 달인'이라는 동영상 UCC가 인터넷을 강타했던 2009년은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왜 자취 대학생 십계명이 요즘 인터넷서 유행하는 것 같냐고 한 여대생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의 대답이 가슴 한켠을 아릿하게 했습니다. "자취 생활이 모든 면에서 힘드니까요. 공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나처럼 힘들구나 생각하면 위안이 되잖아요."  어려울 때마다 대학생들은 이런 농반진반 같은 얘기로 서로를 위로하면서, 오늘을 견디나 봅니다. 부디 돈 걱정 안 하고 공부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