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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고다발 KTX, 왜 이러나?

[취재파일] 사고다발 KTX, 왜 이러나?

지난 주말 KTX가 또다시 잇따라 멈춰 섰다. 25일 오전8시24분쯤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가 경기도 화성군 매송면 부근에서 갑자기 멈췄다가 40여 분이 지난 오전 9시7분쯤 운행을 재개했다.

코레일은 열차 기관실내 열감지센서가 이상 신호를 알렸고 기장이 안전조치를 위해 정차했다고 밝혔다. 열차 내에 화재 등으로 열이 발생할 경우 기장이 근무하고 있는 기관실에 설치된 열감지센서가 바로 작동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40여 분간 이뤄진 점검결과 안전을 위협할 요인을 찾지 못했고 열감지센서 작동 원인은 모터블록 내에 있는 전기 단자 <퓨즈> 결함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코레일의 설명이다.

다음날 26일 오전엔 동대구발 KTX 산천이 김천구미역 근처에서 기관 출력 이상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며 대전역에 예정시각보다 26분 늦게 도착했다. 시속 300km까지 달릴 수 있는 KTX가 갑자기 시속 150km 이하로 속력이 떨어져  결국 대전역에서 승객들은 다른 열차로 환승을 해야 했고 기관 출력이 왜 갑자기 떨어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11일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던  광명역 터널 안 탈선사고가 난 지 불과 2주 만이다. 아직도 그 충격과 불안감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 이어서 KTX에 대한 불신감은 더 증폭됐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줄 잇는 열차사고에 대한 코레일 수뇌부의 인식은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오늘 오전 정부 대전청사 기자실을 찾은 허준영 코레일 사장과 부사장은  "국민들의 안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챙겼는데 안타깝다. 국민들이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 "광명역 탈선사고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고지만 그 뒤 발생한 두 건은 열차 운행 장애이지 사고는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허 사장은 지난 주말 모 방송 취재진에게 25일 사고와 관련해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좀 이상 신호가 들어오니까 그걸 점검하고 출발한 건데 그걸 가지고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이라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시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열차가 운행도중 장애를 일으켜 갑자기 정차하고 예정된 시각에 도착을 못했다면 그 자체가 운행 중 사고로 봐야하는 것 아닌가? 허사장과 코레일 수뇌부의 이런 반응 속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극한 상황이 돼야 사고로 본다는 안일한 안전의식이 깔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있다 보니 최근 KTX사고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침소봉대일 뿐 현실은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코레일은 일련의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안전부문에 대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임원들에게 부문별 할당을 해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전국 사업장별 안전실천 결의 운동을 지속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KTX산천에 대한 일시 운행중지나 전면 안전점검 실시 등은 빠졌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평소에도 차량정비와 검수는 매뉴얼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 수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코레일은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선진화 등을 내세우며 5천여 명을 감축했는데, 감축 인원 중 절반가량이 차량정비 및 철도시설 유지보수 담당자들이었다. 인력은 대폭 줄었는데 지난해 11월 KTX 2차 구간이 개통돼 안전관리에 과부하가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코레일 수뇌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옛날과 달리 차량정비나 선로보수 작업이 자동화, 기계화가 돼서 그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하지만 아무리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들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 몫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코레일은 더 늦기 전에 겉치레식 안전결의 운동을 중단하고 안전운행 부문에 인력 부족은 없는지,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은 괜찮은지,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우선 파악해 직원들의 마음부터 하나로 묶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 직원들의 사기충천이 백 마디 안전구호보다 낫다. KTX산천에 대한  총체적 안전점검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추락한 신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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