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와 곡물 가격 급등에 이어 중동의 정정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30개월만에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선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함에 따라 물가는 물론, 민간소비, 경상수지, 투자 등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2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이어 24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중동사태 상황점검·대책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거부감을 드러냈던 유류세 인하를 전격 단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이집트에 이어 주요 산유국으로 꼽히는 리비아에서 또다른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는 중동의 정정불안은 국제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지표가격인 두바이유 가격은 리비아 사태 직후 배럴당 100달러선을 뚫은 이후 지난 23일 현지에서 거래된 현물가격은 104.33달러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산유국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지난 23일 보고서에서 주시할 중동국가로 '고위험군'에 이란, 이라크, 이집트, 리비아, 예멘, '중간 위험군'에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저위험군'에 쿠웨이트, UAE, 카타르를 꼽았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을 주시했다. 사우디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액의 33.3%,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액의 14.7%를 차지하며 이란도 원유수입액의 8.1%를 차지해 경제적 긴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국가의 정세까지 불안해질 경우 한국경제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수출까지 줄면서 치명타를 받는다.
이미 연초부터 물가가 급등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해온 정부로서는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관리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 오르며 4%대에 진입했고 1월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원화 기준)은 작년 동월 대비 14.1%로 2009년 2월의 18.0% 이후 1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해당 연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2%포인트 끌어올리는 반면 민간소비는 0.12%포인트, 총투자를 0.87%포인트 깎아내린다. 또 경상수지는 20억달러 가까이 악화되고 국내총생산(GDP)는 0.2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고유가는 거시경제 전반에 '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부 추가 대책 주목..유류세 관심
이 대통령은 이날 "중동사태에 대한 동향 및 전개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관분야별로 대응전략을 시행해달라"면서 "특히 관련부처에서 유가 수준별 국내 경제영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전방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책은 고유가뿐 아니라 원자재, 곡물 등 전반에 걸쳐 있다.
우선 곡물가격 급등에 대응하고자 쌀 이외 곡물을 비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대비, 식량용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내년부터 쌀 이외에 밀.콩.옥수수 등 주요곡물을 55만t 정도 비축키로 방침을 정했다.
원자재와 관련, 조달청은 비축목표량 차등화에 나섰다. 공급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중소기업의 수요 비중이 큰 구리의 목표 재고량을 80일로 20일 더 늘리고, 코발트, 비스무스도 80일분을 목표치로 상향조정했다. 주석(75일분), 인듐(70일분), 탄탈륨(65일분), 리튬(65일분)의 목표 재고량도 더 늘렸지만 알루미늄은 줄였다.
관심은 고유가 상황에 맞선 유류세 인하 여부에 쏠리고 있다. 과거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넘어 폭등하던 2008년 3~12월 유류세 10% 인하를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10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업계의 인하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원유에 매기는 관세(3%)의 인하 여부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중동악재로 경제 '빨간불'…정부대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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