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쓰러져 발작과 경기를 하는 뇌전증 그러니까 간질환자가 해마다 2만 명씩 새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어린이 환자들입니다 간질은 불치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좋은 치료법이 속속 개발돼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고운 음색의 플루트 선율이 흐릅니다.
진지하게 듣고 있는 객석은 몸이 불편한 어린 환자들과 부모들이 가득 메웠습니다.
어린이 뇌전증 환자를 돕기 위한 나눔 문화제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는데요. 이들을 위해 플루트를 연주하는 이차혜 씨 역시 10살 때부터 앓아온 뇌전증을 극복하고 있는 환자입니다.
[이차혜 (23세) :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놀러 나갔는데 갑자기 반짝거리는 형태가 보이는 거예요. 주변이 거의 안 보여서 친구 팔에 의지해 걸었어요.]
지금은 약물을 통해 경기를 완전히 조절할 수 있는 상태지만, 주변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이차혜 (23세) : 어린 나이에 (뇌전증이) 생기니까 무척 겁이 나더라고요. 친구들이 알면 함께 어울리지 못할까 봐 두려웠어요.]
흔히 간질이라 부르는 뇌전증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경련이 반복되는 질환입니다.
대사성 질환이나 대뇌 발달 기형과 같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갑자기 뇌 조직에 과다한 전류가 흐르면서 발작과 경련이 나타납니다.
환자는 전 국민의 1% 가량인 50만 명이나 되고 이들 가운데 70% 가량이 소아나 청소년기에 발병합니다.
어린이들은 열만 나도 경련을 일으킬 수 있어 성인에 비해 훨씬 발작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김흥동/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뇌전증이 발생하면 인지능력이 자꾸 저하가 될 수 있다는 게 상당히 중요한 점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주지 않으면 영구적인 정신지체를 초래할 수가 있어서 그런 부분 때문에 가능한 빨리 진단을 받아야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서 해결해줘야 하는…]
10년 전인 4살 때 뇌전증에 걸려 투병을 시작한 임대선 양입니다.
[김용심 (46세)/환자 보호자 : (아이가 발작 당시)'엄마 냄새가 나, 뭐가 타고 있고 머리가 아파' 하면서 떨었어요. 청색증도 나타나고 머리는 젖혀지고 팔다리가 틀어졌었어요.]
뇌의 중요한 영양분인 당을 공급하는 단백질 부족에 의한 대사질환이 원인이었습니다.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경기와 발작을 반복하다 보니 정신지체와 운동장애까지 생겨 걷는 것은 물론 밥을 먹기도 힘겨웠는데요, 그런데 7살 무렵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하고부터 희망이 생겼습니다.
[김용심 (46세)/환자 보호자 : 케톤 식이요법을 하면서 아이가 앉고 서고 걷게 돼 큰 기쁨을 얻게 됐어요. 전에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빛이 보여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개발했고 15년 전 우리나라에 도입됐습니다.
평소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가 금식을 하게 되면, 지방에서 만들어진 케톤체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요, 이 때 뇌기능이 좋아지고 발작을 억제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지속적으로 당을 제한하고 필요한 칼로리의 80%를 지방에서 얻는 식사 방법입니다.
[김흥동/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소아에서 발생하는 뇌전증은 비교적 완치율이 높아서 일반적으로는 70~80% 정도가 완치가 되고요, 완치가 안되는 20~30%에서도 케톤 식이요법이라든지 수술치료라든지 이런 방법을 통해서 상당히 많이 완치를 시켜나가고 있거든요.]
식사 때마다 사용되는 음식재료를 철저히 계량해야 하고 음식을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케톤 식이요법은 소아 환자에게 큰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난치성 소아 뇌전증 환아의 절반 이상에서 경련이 완전히 억제되거나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인지기능과 행동장애 또한 크게 호전됐습니다.
영아를 비롯해 어린이들은 열이 날 때 흔히 발생하는 열성 경련을 포함해 여러 가지 질환에 의해서 경기가 발생할 수 있고 환시나 환청과 같은 부분성 뇌전증 증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때 반드시 원인을 찾아 적절히 대처해야 뇌전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의사들이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