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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비의 바닷길? 사실은…

[취재파일] 신비의 바닷길? 사실은…

일요일인 지난20일 오전 9시쯤 충남 무창포 앞바다의 해수면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썰물 때와 달리 바닷물의 빠짐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날은 음력 정월보름주기로 바다가 인간에게 아주 길고 넓은 길을 내주는 날. 해수욕장 모래사장에는 모세의 기적이라고도 불리는 신비로운 현상을 보러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특히 11시30분에는 해수면 높이가 38cm나 낮아져 연중 가장 넓고 길게 바다가 열린다는 예보가 있던 터라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변을 찾았습니다.

절정 예정 시간을 2시간 가량 앞둔 오전 9시30분쯤 바다는 조용히 감춰뒀던 속살을 내보이며 조금씩 길을 내주었습니다. 조개와 굴등 해산물을 따러온 주민과 관광객들은 한데 어울려 바다가 터준 길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해수욕장 개펄에서 시작된 길은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1.5km 가량 떨어진 석대도까지 S자형을 이루며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진 관광객들의 행렬도 바닷길을 따라 수를 놓은 듯 넓고 긴 길을 가득 메웠습니다.

바닷속을 걷고 있다는 신비로움에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오고 특히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더욱 반짝였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음력 정월 보름 하루전인 16일부터 시작된 신비의 바닷길이 18일 오전 -11cm, 19일 오전 10시47분 -37cm에 이어 20일 오전 11시 30분에 해수면 높이가 -38cm를 기록하며 절정을 이룬다고 예보했습니다. 양쪽으로 갈라진 바닷길은 2시간 가량 지나면 다시 물 속으로 잠깁니다.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은 달의 인력 때문에 생기는 조수간만의 차로 해저 지형이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 속에 있던 해저 지형이 물위로 노출되며 마치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것 같아 보이는 거죠. 따라서 달이 지구를  당기는 힘이 가장 셀 때 이번처럼 바닷길이 가장 크게 열리게 됩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은 수심이 얕고 해저 지형이 복잡해서 무창포, 제부도, 변산반도, 웅도, 소야도, 소매물도 등 무려 11곳에서 바닷길 현상을 볼 수 있으나 수심이 깊고 해안선이 단순한 동해에서는 관찰할 수 없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바다갈라짐 예보제를 시행해 어민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달 보름과 그믐 무렵 한 달에 두 차례씩 규칙적으로 인간에게 길을 내주는 바다의 덕행에 어른들은 고단한 삶을 위로 받고 어린이들은 꿈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가 깨지지 말고 영원하길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 앞에 겸손하고 절제와 분수를 아는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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