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를 강타하는 민주화 광풍에 북한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와 리비아를 거쳐 국경을 맞댄 중국에까지 몰아치자 북한도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촉구하는 글이 중국의 인터넷에 등장한 가운데 휴일이었던 20일 수도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서 시민이 시위를 벌였고, 중국 공안당국은 이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중국은 탈북자들의 탈출 경로일 뿐 아니라 사업상 북한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에는 이 같은 일련의 국제적 사태가 더이상 '강 건너 불'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또 시위 확산과 유혈 진압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리비아는 우방인 북한과 유사한 통치체제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사태 추이에 북한 당국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최근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 차단에 안간힘을 쏟으면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사상 무장을 부쩍 강조하는 것은 이런 위기감에서 나온 자구책으로 보인다.
◇"정보유입 막아라"…휴대폰·인터넷 통제 강화 = 튀니지와 이집트 사례에서 보듯 이번 민주화 도미노의 중심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한 정보 유통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권의 부패상이 폭로되고 시위현장의 소식이 생생히 전해지면서 성난 민중의 결집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외부 소식이 내부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21일 외부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북한 당국이 지난 1월부터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휴대전화 대여를 중단했다고 최근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통신시스템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외국의 민주화 혁명이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재스민 혁명'이 굼틀대는 상황이어서 북한 당국이 내부 인트라넷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외부와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가운데 내부적으로 가동되는 인트라넷을 통해 정보 유통이 이뤄지는 만큼 이 공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공안기관 출신 탈북자는 "민주화 요구가 중국까지 도달한 만큼 북한 당국은 공안기관을 동원한 실시간 도청 및 감청과 인트라넷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젊은이들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민주화 혁명을 이룬 이집트 사태 등을 의식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폐해를 강조하는 사례들도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민심을 노린 허위선전에 대한 경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민심을 흐리게 하고 사회적 불안정을 조장하는 행위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인민의 이익과 사회의 안정,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옳은 조치"라고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을 옹호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미국의 골칫거리 스마트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수감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마약과 무기를 감옥에 밀반입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폐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심단결만이 살길"…사상교양 부쩍 강화 = 북한 매체들은 최근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비난하며 주민들에게 사상무장을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21일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15일 당국의 그릇된 시도에 항의하는 운수부문 근로자들의 파업이 벌어졌다"며 이로 인한 시내교통 마비 등 혼란상을 부각해 정당한 요구를 사회혼란의 원인으로 호도했다.
또 북한 매체들이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사태에 침묵하고 있지만, 대주민 선전용 글의 행간을 읽어보면 이들 사태의 여파 확산을 우려하는 속내가 어느정도 읽힌다.
평양방송은 14일 '명언해설' 시간에 "새세대들의 정신도덕적 풍모를 보면 그 나라, 그 민족의 전도를 알 수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소개하며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던 동유럽 청년들은 자본주의의 썩고 병든 문화에 젖어 이전 세대들이 이룩한 혁명의 전취물을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빚어냈다"며 청년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동유럽 청년들이 사회주의체제 전복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자본주의의 속물로 변하면서 나라를 망쳤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북한식 체제 고수를 강조한 셈이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방송은 11일 "서방식 민주주의와 다당제를 받아들인 나라들에서 최근 정치적 혼란과 폭력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노동당 일당 독재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9일 '침략과 지배를 노린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이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글에서 "일부 나라에서 '색깔혁명'(민주화 혁명)이 일어난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고 제국주의자들이 불어대는 기만적인 '자유' '민주주의' 나팔에 춤을 춘 것과 관련된다"며 사상 교양의 중요성을 강변하기도 했다.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교양을 강화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일심단결을 강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노동신문은 21일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선군조선의 비약의 기상을 높이 떨치자면 당대표자회 정신을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며 "당대표자회 정신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단결의 중심, 영도의 중심을 변함없이 옹위해나가려는 일심단결의 정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헉! 중국에까지 재스민…' 북한 내부단속 진력
리비아사태·중국시위에 위기감 고조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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