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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통큰두부 보복 사건'의 전말

[취재파일] '통큰두부 보복 사건'의 전말

'통큰두부' 보복 사건의 전말

사실 '가격파괴 두부'의 원조는 롯데마트가 아니라 이마트입니다. 롯데마트 통큰 두부에 비해 언론의 주목을 못 받았을 뿐입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점(용인 구성점 같은 대형 양판점입니다.)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자연촌이란 두부회사와 함께 1kg에 1480원 짜리 가격파괴 두부를 내놔 팔고 있었고, 이 두부는 이마트 전 매장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롯데마트가 질 수 없다며 나섰습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롯데마트는 삼영식품을 찾아갔습니다. 삼영식품은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지난 97년부터 14년 간 꾸준히 두부를 납품해온 전문 두부업체입니다. 롯데마트는 삼영에게 이마트와 경쟁할 가격파괴 두부를 기획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삼영식품 사장은 고민에 빠집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약 80억원인데, 이마트에 약 40억, 롯데마트에 약 40억원 어치를 납품(2011 예상)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양쪽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마트는 이미 '자연촌'이라는 다른 두부회사와 손잡고 가격파괴 두부(1kg에 1480원!)를 팔고 있는 상황. 삼영이 롯데에 이보다 약간 비싼(1kg 1500원) 한시 기획상품을 납품한다고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유통업계에선 특정업체와 마트가 기획하는 건 문제삼지 않습니다. 그걸 너도 나도 문제삼는다면 가격 파괴된 기획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겠죠.

통큰 두부는 한시적인 기획상품이기 때문에 이마트도 당연히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마트에 워낙 조심스러워 사전 양해를 구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롯데마트가 '출시 전에 기밀을 지켜달라'고 말렸습니다. 롯데마트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입장이었던 삼영은 결국 통큰두부 공급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습니다. 1월 25일 삼영은 '큰 두부'라는 이름으로 납품했는데 언론에 통큰두부라는 이름으로 대서특필되면서 큰 화제를 일으킨 겁니다. 물가잡기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 통큰치킨 파문 이후 매출이 엄청나게 오른 롯데마트가 통큰두부까지 내놨다고 대서특필되니 이마트 입장에선 얼마나 속이 쓰렸겠습니까. 롯데마트 직원들도 '큰 두부'를 '통큰두부'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통큰두부 출시 사흘 뒤인 1월 28일, 이마트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이마트는 삼영측에 문자로 '삼영식품 전면 판매중단한다'라고 갑자기 통보했습니다. 이른바 코드를 죽였습니다.(바코드가 안 찍혀서 판매 자체가 안 됩니다.) 제품이 위생문제로 적발되는 것과 같은 경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마트 바이어는 '통큰두부 왜 사전에 얘기 안 했냐. 앞으로 롯데마트하고만 장사하라'며 호통쳤습니다.

삼영측은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통큰두부만큼 싼 가격으로 이마트와도 기획상품(1.2kg 1800원)을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봤지만 사실상 거절당했습니다. (이마트측에선 당시 바이어가 삼영의 기획상품 요청에 '그 부분은 여기서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거절한 건 아니라고 전해왔지만, 이에 대해 삼영측은 당시 바이어가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말라'며 꾸중을 했던 것이라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삼영의 임원들은 세번을 찾아가 빌었습니다. 여성 임원은 울면서 빌었습니다.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마트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채용한 판매사원(정규직)만 72명인데, 이마트와 거래가 끊기면 이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져 해고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해고될 직원들의 식솔들을 한번만 생각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당장 지난해 이마트가 국제품질기준에 맞게 공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해 30억원을 빌려 공장을 증설한 상황이어서 자금 사정도 안 좋은데, 매출이 절반으로 줄면 롯데마트에서 아무리 많이 팔아도 두배 만큼 팔리지 않는 한 손해가 나 빚을 갚기 힘들어집니다. 14년 간 거래해온 이마트와 갑자기 관계가 끊기면 유통업계에선 뭔가 잘못한 것으로 소문나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삼영은 이마트 없인 살아남기 힘든 사업구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마트의 답변이 1월 31일에 도착했습니다. '2월 말까지만 팔고 물건 전부 철수하라'는 요지의 짧은 공문이었습니다. 바이어에게 전화를 해봐도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롯데마트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어 수익도 별로 없는 통큰두부를 밤새 일해 공급했는데 이렇게 비참한 결과로 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는 삼영 사장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습니다.

더군다나 삼영은 2008년 9억원, 2009년 16억원, 2010년 30억원으로 이마트 납품 매출이 계속 뛰어올랐던 우수 업체입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좋다고 계속 많이 사가는데 단숨에 거래를 끊어버린 겁니다. 무려 14년간 이어온 인연입니다.

이마트는 대체 왜 이렇게 우수한 업체와 거래를 끊은 것인지 스스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2탄에서 이어 설명드립니다.

☞[취재파일] '통큰두부 보복 사건2' 이마트의 코미디같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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