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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터넷 저항 부추기는 미국의 속내

[취재파일] 인터넷 저항 부추기는 미국의 속내

"(미국 정부의 극비문서들을 공개한)위키리크스는 명백히 도둑질을 한 것이죠. 그렇다고 위키리크스의 행동으로 열린 인터넷이라는 미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제 (15일) 조지워싱턴대학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일성입니다. 열린 인터넷(open internet)으로 표현되는 인터넷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기도 합니다.

이 날 클린턴 장관이 인터넷 자유를  거론한 이유는 물론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 때문입니다. 중동 국가 특유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결국 정보를 통제하는 독재 정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곪고 곪아 마침내 터져 버렸고 국민의 봉기가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다름 아닌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논리가 이어집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촉진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준 게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였다는 얘기죠. 다시 클린턴 장관의 말입니다.

"온라인 활동을 억압하는 나라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불안을 대가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런 나라들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 검열망을 피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 통제에 저항하는 싸움에 완벽한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정말 중요한 순간입니다. 우리가 오늘 하는 선택이 미래에는 인터넷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튀니지의 젊은이들은 국민의 불만을 조직화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연결 기술, 즉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것이  혁명적 변화를 이끈 것이죠. 인터넷을 억압하는 나라들은 국민의 열망을 잠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는 아닙니다. 도덕적, 정치적, 경제적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지금같은 인터넷 세상에서 국민의 인터넷 사용을 억압하는 나라는 무엇보다 경제적 미래를 스스로 제한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벽을 세우는 정부는 스스로 상자 안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 벽을 무너뜨리든지,아니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그 벽을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미 클린턴 장관이 강조한 인터넷 자유를 위한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33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하는데요, 그 사업이란 이런 것입니다. 인터넷 사용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의 국민이 인터넷 검열망을 우회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미국 정부 홈페이지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준다거나, 해당 국가들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이 체포됐을 때 인터넷상 혹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주요 정보들을 긴급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준다는 거죠.

미국 국무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주요 아랍 국가들을 겨냥해서는 아라비아어로, 이란을 겨냥해 페르시아어로 쓰인 트위터 메시지를 전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어와 러시아어,힌두어도 곧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대단히 의욕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보 혁명을 일궈낸 인터넷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 독재 정부, 권위주의 정부의 빈 틈을 파고들겠다는 겁니다.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 자체가 인터넷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니, 해당 국가들이 미국 정부의 이런 구상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간섭은 곧 주권 침해라는 논리도 세상에 나올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 미국 정부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게 다름 아닌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이집트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클린턴 장관도 "통신을 차단한 전례없는 조치를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미국을 지지해왔던 해당 국가의 독재정부가 무너지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면서 정부를 지지하는 건지, 시위대를 지지하는 건지 잘 모르게 하는 외줄타기식 애매모호한 대응을 하면서도 인터넷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원칙만큼은 확고히 했던 거죠. 무바라크가 퇴진한 뒤 이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해당 국가 정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있는 젊고 역동적인 세대가 당신네 나라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인터넷을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공세적 외교전략에 앞으로 해당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궁금해집니다. 미국 국무부는 대표적인 인터넷 통제 국가들로 중국과 쿠바, 이란과 미얀마, 시리아와 베트남을 꼽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이런 태도에 무조건 찬사만을 보낼 수도 없습니다. 과연 남의 나라의 인터넷 정책에 개입할 자격이 미국에 있는 것인지, 미국이 과연 인터넷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나라인지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당장 클린턴 장관이 인터넷 자유 전략을 발표하던 날 버지니아주 법원은 미국 정부가 위키리크스와 연계된 트위터 계정들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어산지는 이런 미국 정부의 행동을 "트위터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무모한 공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런 비판앞에서 자유롭지 않은 거죠. 다만 미국 정부가 지적한 인터넷 자유, 그 방향만큼은 올바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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