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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유사, 수상한 영업이익률 3%

[취재파일] 정유사, 수상한 영업이익률 3%
정유사 vs 정부의 기름값 2차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008년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육박했을 때 맞붙었던 논리가 다시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비싼 세금 탓이다" (정유사) vs  "정유사의 과도한 마진 탓이다" (정부)가 맞서고 있습니다.

휘발유 값에 부과되는 여러 세금이 비싸기는 합니다.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필요하면 조절할 수 있다는  '탄력세' 라는 명분으로  기름 값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린 뒤 아직까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부담을 생각하면 세율을 '탄력적으로' 일부 내릴 수도 있겠지만 세수 감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가 그럴 뜻은 없어 보입니다.

이 점은 분명 문제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보다 "영업이익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정유사들의 주장에 관해 짚어보려 합니다. 정유사들은 정부와 시민단체들로부터 '폭리'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3% 밖에 안 된다"고 반박을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에서 기름 값을 비교 분석하고 있는 석유감시단은 이 영업이익률 3%에 대해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도입하고 국내에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계열사들을 거치면서 계열사에게는 이익을, 자신들은 재무제표 상 영업이익률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낮추고 계열사는 높이고 있으니 그룹 전체 이익으로 보면 더 크다는 겁니다.

최근 정유사가 휘발유 공급 가격을 3주 연속 내렸지만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18주 연속 오르면서 사상 최장 기간의 상승 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SK의 경우 각 주유소들에게 기름을 넘길 때  '대리점' 형태의 중간 유통 단계를 거쳐 공급을 하고 있는데 석유공사의 휘발유 가격 조사를 보면 SK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SK는 이런 주장에 대해 펄쩍 뜁니다. 일부러 유통단계를 늘려 이익을 '마사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출고가는 가장 낮은데 판매가가 비싼 이유는 SK가 1위 브랜드여서 주유소 위치가 좋기 때문에 부동산 비용이 들고 세차와 카드포인트 등 부가서비스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주유소 위치는 대부분 비슷하게 몰려있고 부가서비스도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해명이기는 합니다.

정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 1차관은 "석유가격 문제의 핵심은 유통구조"라면서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12월에서 올 1월까지 세전 기름 값 비교를 해 보면 국내 기름 값이 물가가 우리보다 높은 다른 나라보다 국내 기름 값이 더 빨리 올랐다면서 "기름값을 인상해 영업이익이 올라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K는 지난해 정유부문에서 매출액 30조 3,617억 원, 영업이익 9천854억 원을 올려 1년 전보다 매출액은 25.1%, 영업이익은 23배나 늘어났고, GS칼텍스도 정유부문에서 매출 28조 5,051억 원, 영업이익 4,299억 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유사들이 싱가포르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서 국내 기름 값을 오르내리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유사들은 지난 2001년부터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싱가포르 현물 가격을 국내 가격에 연동시키고 있는데 실제 정유사들이 들여오는 국제 유가는 사우디와 오만에서 두바이유 가격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기름 값과 연동하는 기준은 이보다 훨씬 비싸면서 자신들이 원유를 정제해 수출할 때 받는 가격인 싱가포르 현물 가격에다 마진을 붙여서 팔고 있기때문입니다.

마치 제과업체가 밀가루 가격을 기준으로 과자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과자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있는 셈이죠. 또 정유사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리터 당 마진이 얼마 안 된다"는 설명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한 번 주유할 때 1리터만 넣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한 번 주유할 때 정유사가 얻는 이익은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왕 기름 값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만큼 이번에는 꼭 뭔가가 바뀌길 바랍니다. 지난 2008년처럼 정부와 정유사가 시끄러운 공방만 벌이다가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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