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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졸졸' 와이파이를 어찌할꼬∼

'졸졸졸' 와이파이를 어찌할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을 쓰면서 신경 쓰게 되는 것이 와이파이존의 위치입니다. 공짜로 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바깥에 나가면 의식적으로 와이파이존부터 찾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데이터 잔여량이 얼마 안 남았다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겠지요.

하지만, 집에서는 뻥뻥 터지는 와이파이가 어찌된 일인지 공공장소만 가면 맥을 못 출 때가 많습니다. 버벅거리는 걸 못 참고, 결국 와이파이를 끄고, 택시 미터기가 올라가는 걸 바라보는 심정으로 3G로 스마트폰을 쓴 경험 있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공공장소에서 왜 안 터지나 했더니...

코엑스몰에 취재를 나가보고 이런 문제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일단 실측을 해보니 와이파이 속도는 사람들이 느낀 것 같이 형편없었습니다. 집에서는 20메가 이상 나오는 게 보통인데, 이곳은 1메가를 넘는 곳을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터뷰를 해주셨던 박승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먼저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와이파이 공유기가 있다는 겁니다. 와이파이 공유기 한 대는 20-30미터를 커버한다고 합니다. 근데 이런 공유기가 코엑스 몰에는 웬만한 포인트마다 50개 이상씩 잡힙니다. 이것들이 서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싸움질을 하느라 한 놈도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와이파이를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데 있습니다. 보통 공유기 한 대가 커버할 수 있는 인터넷 이용자는 20명 내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계치를 넘어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저마다 와이파이를 조금이라도 써버리면 와이파이는 또 먹통이 돼버립니다.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와이파이를 깐 시설 상당수에서 이런 이유로 와이파이가 '졸졸졸' 흐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 와이파이를 깔지 말아야 하나?

이 부분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와이파이 무용론입니다. 어차피 많이 달아봐야 서로 간섭해서 제대로 못쓰니 돈만 드는 와이파이에 별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와이파이 투자에 소극적인 통신사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 해외에 다녀오신 분이라면 우리나라만큼 무선 인터넷 환경이 좋은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와이파이존을 찾아 헤매는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유료 가입해야만 쓸 수 있는 와이파이존이 외국에는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까는 일 자체를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와이파이 교통정리가 관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와이파이를 깔되, 차선을 맞춰 잘 깔아야 합니다. 이런 고민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얼마 전에 발표한 와이파이 혼신 방지 가이드라인에 잘 나와 있습니다. 바로 옆 채널을 쓰면 간섭이 심해지니 간격을 좀 벌려서 몇 개에 걸쳐 나눠 쓰자는 게 요지입니다. 자동차가 줄을 맞춰 달려야지, 차선을 밟고 달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같은 채널에 있는 와이파이 신호도 간섭을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놈보다는 덜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써도 포화상태가 곧 닥칠 겁니다. 그러면 좀 더 상위 개념의 주파수를 배정받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혹은 와이파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진보된 기술이 일반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지금 쓰고 있는 와이파이를 최대한 잘 쓰고 볼 일입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통신사들이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채널을 맞추는 '와이파이 교통정리'를 하겠다고 자율 결의를 했습니다. 공짜라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와이파이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할지는 현재로서는 이 약속의 이행 여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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