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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 종자원, 불량 '밀 종자' 대량 공급

<8뉴스>

<앵커>

농민들에게 우량 품종을 공급하기 위해 '국립 종자원'이란 기관이 있습니다. 좋은 씨앗을 공급해야 할 이곳에서 오히려 불량 밀종자를 대량 공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대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표적 우리밀 산지인 경남 합천군.

지난해 10월 파종해 한창 푸른 싹이 터 있어야 할 밀밭이 맨 땅만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학자/경남 합천군 우리밀 농민 : 이리 나선 안 돼. 여기 막 총총 나야 되지. 이래 나선 안 됩니다. (일찍 뿌렸는데 왜 안 났어요?) 밀 씨가 더러워서 그렇지.]

흙을 파헤치자 썩은 씨앗들이 드러납니다.

우량 품종을 개발한다는 국립 종자원에서 공급한 종자입니다.

다른 씨앗을 심은 밀밭은 멀쩡한데, 유독 종자원 씨앗만 발아가 안 된 겁니다.

문제의 씨앗은 합천, 사천, 밀양 등 5개 지역에 30톤이 팔렸는데, 제대로 자랐다면 수확량이 1천 톤에 이를 양입니다.

불량 씨앗 공급은 지난 74년 종자원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찍 보상을 요구한 농민들은 지난해 11월 새 씨앗을 받아 심었지만, 시기를 놓친 농민들은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이동권/경남 합천군 우리밀 농민 : 정부에서 밀 씨 줘서 심었는데 이게 뭐에요, 이게.]

농협 종자도 말썽입니다.

경남 진주와 김천 등지에서는 농협이 공급한 밀 종자 46톤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구장복/경남 진주시 우리밀 농민 : (농협 우리밀 종자) 발아율이 20%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올해는 수확을 포기해야 된다.]

종자원과 농협측은 씨앗 보관 과정에서 수분과 온도 조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상 기온에다 초유의 불량종자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밀수확량은 목표치 6만 톤의 절반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1.5%에 불과한 밀 자급률 확대 정책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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