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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달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달릴 수밖에 없다

피자를 자주 배달시켜 먹습니다. 동생이 피자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시켜먹습니다. 맛도 맛인데, 다른 배달 음식과 비교했을 때 남은 음식을 보관하기 편해 특히 좋아합니다.

딱히 선호하는 피자 브랜드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빨리 배달해주는 피자집을 자주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 있는 피자가게보다는 배달이 신속한 대형 피자업체들을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대부분 서비스가 좋고 배달이 빠르고 맛도 평균 이상은 되니까요.

배달하고 나서 30분을 넘기면 피자값을 할인해주는 업체도 있어, 아주 가끔은 피자를 주문하고 나서 30분을 넘겼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고민을 합니다. 만약 30분을 넘긴다면, 딱 1분을 초과해도 할인해 달라고 해도 될까? 그건 너무 잔인한가? 물론 피자 배달 시간 30분을 넘긴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정말 신속 정확하죠.

신속함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피자 배달원이 달리기 때문입니다. 피자 배달원들이 피자를 오토바이에 싣고 눈썹을 휘날리며 달리기 때문에 배달은 언제나 늦지 않고 정확합니다. 가끔 길을 가다 쌩~하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면 어김없이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갑니다.

헬멧을 빼면 오토바이에는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를 보면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왜 그렇게 빨리 달릴까? 배달원이 속도감을 즐기나, 다치고 싶어서 일부러 저러나, 술을 마시고 운전하나,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등등 배달원들을 철부지로 생각하고 혀를 끌끌 찹니다.

그런데 배달 오토바이가 빨리 달리는, 아니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 알고 보니 우리집에 피자를 빨리 배달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30분 배달 시간을 지키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늦으면 화내고 소리지르는 손님을 만나지 않기 위해, 배달 오토바이는 그렇게 목숨을 걸고 질주합니다.

한 해 5천여 건에 가까운 오토바이 사고가 나는데, 그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배달 오토바이 사고라고 합니다. 배달 오토바이는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젊은 청년들이 타는데, 이 젊은이들이 길 위에서 달리다 크고 작은 사고로 다치고 목숨을 잃습니다.

그들이 빨리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들이 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여러분도 한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90년대 초반 배달원이 사고가 나자 바로 30분 배달제를 폐지했던 미국의 한 피자업체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제도를 끝까지 유지하는지, 그것이 제도를 고집하는 업체만의 문제인지, 무조건 빨리빨리 늦으면 참지 않는 우리의 문제는 없는지 돌아봐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 많은 청년들이 무방비 상태로 길 위에서 아슬아슬한 질주를 하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그들을 경솔하고 철없는 젊은이로만 여기지 마시고, 그들을 달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제도와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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