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오는 11일 다시 한번 중대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집트 정부가 그동안 시위대에 대한 무력사용을 자제해온 군의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지만, 시위 주도세력은 다시 한번 '100만인 항의 시위' 계획을 세우고 시민과 노조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군대 동원 진압 경고..국제사회 압력도 불통 = 이집트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17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시위가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9일(현지시각) 군대를 동원한 강경 진압을 경고하고 나섰다.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와 인터뷰에서 "혼란이 빚어진다면 군대가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오마르 술레이만 신임 부통령이 더는 시위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욱이 이집트 정부는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즉각적인 개혁에 나서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일축했다.
가이트 외무장관은 미 공영방송 PBS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위대한 국가이자 언제나 최고의 관계를 유지해온" 이집트에 "지금, 당장, 즉시" 정치적 변화를 이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그는 미국이 "그들의 의도를 이집트에 강요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집트 정부의 강경입장 속에 미국은 이집트군에 개입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집트군이 지금까지 취한 입장을 존중한다"며 지속적인 개입 자제를 요청했다.
◇ 11일 두 번째 '100만인 항의시위' 주목 = 군대 개입 가능 등 이집트 정부의 극단적인 위협에도 시위대도 결코 물러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시위 16일째인 9일 카이로 중심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텐트와 임시화장실을 세우고 노숙하며 지속적인 시위 의지를 보이는가 하면, 일부 시위대는 의회로 몰려가 의원 자진사퇴와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또 카이로뿐만 아니라 남부의 외진 오아시스 지역인 카르가, 수에즈 운하의 항구 도시 사이드, 남부 아시우트 등 전역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지도자들은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실현하기 위해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11일에 다시 한번 '100만인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시위를 조직한 젊은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할레드 압델-하미드는 11일의 100만 시위는 카이로의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 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와 함께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노동조합이 파업에 동참하도록 호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위 중 경찰에게 붙잡혔다 풀려나면서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구글 임원 와엘 그호님(30)도 민주화 쟁취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시위대에 힘을 실었다.
그호님은 이날 이반 왓슨 CNN 카이로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계 최고 기업에서 근무하고 가장 멋진 아내가 있는 등 잃을 게 많은 사람이라며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이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 '군 시위대 구금 고문설' 변수될까 = 한편 그동안 폭력 사용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진 군이 비밀리에 시위대를 감금하고 고문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런 증언이 두 번째 100만인 항의 시위에 힘을 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호삼 바흐가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군이 비밀리에 반정부 시위 가담자 수백명을 구금하고 고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금된 이들은 시위 참가자부터 군인에게 말대답한 사람, 외국인처럼 행동한 사람 등 다양하다"며 "이는 흔치않은 일이며 우리가 아는 한 군대가 이런 짓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시위대에 구급약을 전달하다가 군인들에게 연행돼 박물관에 구금됐었다는 한 남성은 "그들은 나를 방에 가뒀다. 군인들은 발길질을 시작했고 총검으로 나를 강간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반정부 시위대의 팸플릿을 소지했다가 군인들에게 적발돼 폭행당한 남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남성은 "그들은 나를 때리기 시작했고 고무 봉을 휘두르고 테이저총을 쏴 나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나를 아브딘 경찰서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 정부·시위대 대치 격화…11일 고비
군 개입 경고에 100만인 시위로 맞불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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