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폭발물 오인' 의문의 10억 모두 '헌돈'

전형적 자금세탁 방식…경찰 돈에 남은 지문 추적

'폭발물 오인' 의문의 10억 모두 '헌돈'

폭발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상자에서 발견된 현금 10억원이 모두 헌 지폐인 것으로 드러나 돈의 정체와 주인을 둘러싼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 돈이 정상적인 자금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 또는 정치권의 비자금이거나 범죄와 연관된 '검은돈'일 공산이 큰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자에 있던 지폐가 모두 시중에서 상당기간 유통된 것으로 보이는 헌 돈이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역대 비리사건에 단골로 등장한 돈 상자 안에는 항상 새 돈이 아닌 헌 돈이 담겨 있었다.

은행에서 찾은 새 돈을 넣으면 받는 사람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고 지폐의 일련번호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용처와 돈 쓴 사람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 등에서 헌 돈을 사용하거나, 1만원권은 아예 구권(舊券)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때문에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10억원이 돈세탁 과정을 거친 불법자금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두 상자 안에 각각 2억원과 8억원씩 정확히 금액을 맞춰 넣은 것도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발견 당시 한 상자에는 1만원권 100장을 묶고 다시 이를 10개씩 묶은 1천만원짜리 돈다발 20개(2억원)가 들어 있었고, 다른 상자에는 5만원권 100장 묶음을 5개씩 묶은 2천500만원짜리 돈다발 32개(8억원)가 들어 있었다.

어느 자산가가 현금을 장기간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면 굳이 딱 떨어지게 금액을 맞춰 상자 2개에 나눠 담을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여의도의 한 물품보관업체에 '수상한' 돈을 맡긴 사람을 찾고자 의뢰인이 남긴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했으나 주민등록번호는 가짜였으며 휴대전화는 사용이 정지된 상태였다.

경찰은 통신사를 상대로 휴대전화 개통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으나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돈이 담긴 상자와 현금다발을 묶은 띠지, 지폐 등에서 지문을 확인하려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의뢰인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업체가 설치한 CCTV에도 3개월치 영상만 저장돼 있어 지난해 8월 물건을 맡긴 보관자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체로서도 상자를 맡긴 사람을 확인할 방법은 디지털 잠금장치에 입력된 지문정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 상자가 보관돼 있던 창고의 문은 물건 주인이 인식기에 자신의 지문을 대면 이를 판독해 열리게 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문정보를 숫자로 변형해 디지털 암호화한 탓에 경찰의 기술로는 본래 지문의 문양을 재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누가 맡겼고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는 현금 10억원의 주인임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깨끗한 돈이라면 조만간 주인이 나타날 테지만 예상대로 문제있는 돈이라면 주인이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