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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스마트폰 그리고 그랜저

지난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7백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2천만 명까지 도전하겠다는 게 업계의 목표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 추세고, 그야말로 '대세'다. 업계의 목표치가 약간은 과장됐다 하더라도 조만간 우리 국민 2명 가운데 1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될 듯 하다. 여기에 태블릿 PC까지 '스마트' 순풍에 돛을 달고 뛰어들려는 기세다.

스마트폰 인기는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그 스마트폰을 그냥 먼 산에서 바라만 봐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보기관 사람들이 그렇다.

국정원 직원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스마트폰에 부착된 고성능 카메라가 문제이고, 스마트폰의 무선 인터넷 기능도 문제다. 모두 내부 기밀 유출 우려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했던 이전 3G 모델 역시 '그림의 떡' 이었다. 그 흔하디 흔한 셀카도 국정원 요원들 핸드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최근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급된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달려있긴 달려있다. 보안장치가 내장된 휴대폰이라고 하는데 딱 보기에도 구닥다리다. 정보요원 특성상 시시때때 휴대폰을 꺼내들어야 하는 그들인데 한편으론 참 딱하기도 하다.

다들 보안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정보요원들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있지만, 국정원이라고 왜 early adopter이고픈 사람들이 없으랴. 내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던 젊은 국정원 직원의 눈빛에는 분명 부러움이 녹아 있었다.

국정원 뿐만 아니다. 경찰, 기무사 등 다른 정보기관 요원들도 같은 처지다. 스마트폰은 원칙적으로 사용금지다. 가장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주한미대사관 직원들도 아주 엄격하게 스마트폰 사용을 차단 당한다고 한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드러났듯 대사관에는 아주 민감한 외교 문서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인 듯하다. 미 대사관 안에서는 몰래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가더라도 무선 인터넷이 차단돼 있어 그냥 '전화기'로 전락해 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예외없는 원칙이 있으랴. 다들 못 쓰게 돼 있지만, 막는 데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최근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군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 국정원도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다수가 원칙을 지키고 있는데, 생뚱맞지만 그들이 타고 다니는 차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원칙의 한계가 느껴진다.

보안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국정원 직원들은 스마트폰 말고도 할 수 없는 게 또 있다. 바로 승용차. 국정원 직원들은 그랜저보다 비싼 승용차를 탈 수 없다. 검정색 승용차도 안 된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국정원에 3명 있는 차장들의 관용차가 검정색 그랜저이기 때문이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더 좋은 승용차는 안 된다. 그래서 국정원 직원들의 차는 대부분 SUV다. 그랜저보다 비싼 검정색 베라크루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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