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왔는데 경비아저씨가 그거 왔다고, 어이구 그거 왔다고 하길래 뭔가 했더니 상자 하나가 떡하니 있더라고. '인근이 니가 입고 갔던 옷이구나' 상자 받아들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상자 열고 옷 하나하나 꺼내는데, 무슨 네가 전쟁터라도 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도 말어. 엄마 그 때 정말 꺼이꺼이 펑펑 울었다."
제가 군에 입대한 뒤 집으로 보낸 소포가 도착했던 날은 아직도 저희 부모님에겐 단골 이야깃거리입니다. 아들을 군에 보낸 지 일주일 쯤 지났던 어느 가을날. 지나고 나면 분명 추억이기는 한데, 그 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셨던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군대도 그리 힘들지 않은 편한 곳으로 다녀와서 훈련소 들어가는 날도 부모님은 담담한 모습으로 현관문까지만 나와서 저를 보내주셨거든요. 어쨌든 많은 어머니, 아버지의 눈시울을 적시는 군대 간 아들의 사복이 담긴 소포, 이 소포를 사람들은 눈물의 소포라고 부릅니다.
새해를 맞아 군에 입대하는 청춘들을 취재하러 갔다가 제가 입대했을 때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없이 낯선 군복, 군화를 지급 받고, 신고 갔던 신발, 입고 갔던 청바지를 후다닥 접어 소포상자에 담는 신병들의 모습이죠. 경황도 없이 피복을 지급 받다 보니 사이즈가 꼭 맞지 않아 동기들하고 알아서 바꾸는 모습. 6년 전 제가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논산훈련소에 갔을 때 그대로였습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재미있는 과거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2009년 1월에 국방부 출입하시던 선배가 쓴 기사였는데요, 국방부에서 이 '눈물의 소포'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그럼 훈련소 들어갈 때 뭘 입고 가나?' 생각이 들었는데요. 당시 국방부의 발표 취지는 이렇습니다.
"이 소포 때문에 아들 군대 보낸 부모들이 두 번 가슴 아프지 않나. 그러니 각 지방병무청에 군복지급소를 설치한 뒤, 입대 전에 신체 사이즈를 입력하면 군복이나 군화 등 필요한 피복을 사전에 지급하겠다"는 거죠.
현행법상 민간인은 (예비군 훈련 때를 제외하면^^) 군복을 입고 거리를 다닐 수 없습니다. 신분이 엄격히 구분돼 있기 때문인데요, 당시 국방부는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예산을 편성해서 중장기계획으로 '눈물의 소포'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희 SBS를 비롯한 방송사에 인터뷰도 했었죠.
2년 전 기사를 읽고 나니 당연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2년 전에 없앤다고 했으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바로 국방부와 병무청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돌아오는 답은 예상 외로 간단했습니다.
"소포를 없앤다고요? 누가 그래요? 그럼 군복은 어떻게 지급하지? 그런 계획 없는데, 확인해 봐야겠네요. 처음 듣는 사안인데..."
국방부에서도, 병무청에서도 그런 일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확인한 뒤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당시 아이디어를 냈던 '창의혁신담당관실'이란 부서는 직제가 아예 폐지됐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거 한 번 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했던 계획이 조금 성급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이고, 막상 실행에 옮기려다보니 법 개정하기도 쉽지 않고, 실제 입대하는 장병과 가족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으니 없던 일로 해버린 거죠.
여론조사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이 소포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 어느쪽 의견이 더 많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취재하면서 전화드리고, 직접 찾아간 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옷 보니까 속상하고, 정말 내 아들이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서운한 마음은 들지만 그렇다고 이 소포를 없애고 군복을 입고 입대하면 번거롭지 않을까?" 정도였습니다.
군 복무 자체의 정당성 문제를 떠나, 2년 가까운 군 복무기간 동안 건강히 지내고 나면 눈물의 소포도 분명 좋은 추억일 겁니다. 성급했던 국방부 발표가 신병들에게 혼란을 안겨준 것처럼 돼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여론을 물어 소포 폐지 여부를 확실히 하는 게 어떨까요?
'눈물의 소포' 없앤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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