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연휴가 지나고 출근해서 외신들을 쭉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어온 외신들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포르노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국민이 한국인"이라는 소식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가장 음란한 국민은 한국인"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에 보도가 됐는데요, 미국인들의 성(性)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관련 기사로 2006년을 기준으로 한 '국가별 1인당 포르노산업 매출 순위'를 보도했습니다. 순위는 이렇습니다.
1위 한국 526달러, 2위 일본 156달러, 3위 핀란드 114달러, 4위 호주 98달러, 5위 브라질 53달러, 6위 체코 44.9달러, 7위 미국 44.6달러, 8위 타이완 43달러.
526달러는 우리 돈으로 58만 원 정도 하니까, 한국인 한 사람이 포르노를 보기위해 1년에 58만 원을 쓴다는 말입니다. 4인 가족이면 1년에 2백만 원이 넘는 돈을 포르노를 보는데 쓴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액수가 아닌가요?
어떻게 이런 통계가 나왔을까? '국가별 포르노산업 매출 순위'로 보면, 1위가 중국으로 274억 달러이고 한국이 257억 달러로 2위입니다. 그런데 이를 인구 수로 나눠보니까 한국이 불명예스럽게도 '1인당 포르노산업 매출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사를 쓰는데 인용한 통계 자료의 근거가 아주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어디서 이런 통계자료가 나왔을까? 뉴스위크가 보도한 내용은 '제리 로펠라토(Jerry Ropelrato)'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톱10리뷰닷컴(toptenreviews.com)'이라는 사이트에 나온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아래는 문제는 자료를 올려놓은 '톱10리뷰닷컴'을 캡처한 것입니다.
아래의 도표는 문제의 웹사이트가 올려놓은 국가별 순위 표입니다. 맨 왼쪽칸에 국가별 이름이 있고, 옆 칸은 국가별 포르노산업 매출 규모(단위 십억 달러), 그 옆 칸은 1인당 포르노산업 매출 규모입니다.
| Country | Revenue (Billions) |
Per Capita | Notes |
| China | $27.40 | $27.41 | 1 |
| South Korea | $25.73 | $526.76 | |
| Japan | $19.98 | $156.75 | |
| US | $13.33 | $44.67 | |
| Australia | $2.00 | $98.70 | |
| UK | $1.97 | $31.84 | |
| Italy | $1.40 | $24.08 | |
| Canada | $1.00 | $30.21 | |
| Philippines | $1.00 | $11.18 | |
| Taiwan | $1.00 | $43.41 | 1 |
| Germany | $.64 | $7.77 | 1 |
| Finland | $.60 | $114.70 | 1 |
| Czech Republic | $.46 | $44.94 | 1 |
| Russia | $.25 | $1.76 | 1 |
| Netherlands | $.20 | $12.13 | |
| Brazil | $.10 | $53.17 | 1 |
| Other 212 | Unavailable | 2 | |
| $97.06 Billion |
위의 도표를 보시니까, 기분이 어떠신지요? 문제는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위 국가별 순위의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자료를 올려놓은 제리 로펠라토씨는 "ABC 방송, AP 통신, 뉴욕타임스 같은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과 미 중앙정보국(CIA), 구글, 야후 등 40여 개 기관에서 나온 자료를 취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단서를 달아놓았더군요. "통계자료는 믿을만한 소스(Source)를 통해 수집했다. 하지만 통계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지역적 소스 등에 의해 추정된 것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말 그대로 믿지 마라"는 말을 어렵게 돌려서 표현한 것입니다.
<제리 로펠라토>
제가 봤을 때도, 문제의 통계자료는 믿기 어렵습니다. 당장 '로펠라토' 씨가 자료를 취합했다는 40여 개 기관들 가운데 한국 기관은 없나하고 찾아봤더니, 'Chosen.com' 이라는 회사가 있더군요. 그래서 들어가봤더니, 언론기관도 아니고, 전혀 상관없는 웹사이트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리 로펠라토씨가 올려놓은 출처 불분명한, 근거없는 통계자료가 뉴스위크를 비롯한 해외의 여러 매체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인들이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포르노라면 사족을 못쓰는 음란한 국민'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난해 2월 영국 BBC 방송이 발행하는 '포커스'라는 잡지가 세계에서 '섹스 산업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나라'로 한국을 꼽으면서, 한국을 '정욕의 나라'라고까지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이 잡지는 '정욕'을 포르노 산업에 대한 국민 1인당 연간 지출액을 기준으로 측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로펠라토씨가 올려놓은 통계 를 인용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면, 단순히 "이런 외신도 있구나"하고 씁쓸하게 웃어 넘기기만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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