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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남자들이 끌리는 이유…

이렇게 우는 남자들을 보고 싶다

우는 남자들이 끌리는 이유…

어제(31일) 있었던 미국프로골프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에서 우승한 부바 왓슨의 모습입니다. 사진은 어제 사진이 아니고 아마도 지난해 첫 승을 거뒀을 때 사진 같습니다. 관록을 자랑하는 필 미켈슨과 무서운 신인 조나단 베가스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통산 2승째를 거둔 부바 왓슨은 어제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나올 때부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 이후 미국 언론들과 잇달아 인터뷰를 하는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종일 울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날 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버지는 이제 제 곁에 없습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대신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타이거 우즈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처음 우승했을 때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내 여동생 생일입니다. 이런 날 내가 우승해 우리집안에는 뜻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을 때는 더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암에 걸렸는데도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 못했다면서 말이죠. 골프에 집중하고 싶었고, 괜히 사람들한테 골프 아닌 것으로 관심과 동정을 받기 싫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말을 잇지 못했죠. 그렇게 사랑했던 부바의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역시 머릿속에 종기가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와서 더욱 부바를 힘들게 했었죠.

이렇게 눈물 많은 부바 왓슨은 스스로를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대단히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더군요. 왓슨은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15.4야드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항상 맨 위 단추까지 꼭 잠그는 단정한 옷차림에 잘 웃는 선수이기도 하죠. 그리고 왼손잡이입니다. 무엇보다 극적인 사실은 부바 왓슨이 다른 프로선수들 처럼 체계적인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거죠.

1978년생으로 올해 나이 33살에 통산 2승은 결코 많은 승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식 레슨도 받지 않은 무명의 골퍼가 2부 투어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마침내 PGA 투어에 합류해 얻어낸 승리라는 점에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왓슨은 그런 면에서 감동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선수입니다. 

 



또 한 사람의 눈물입니다. 내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인 라이더컵의 미국팀 주장으로 선정된 데이비스 러브 3세입니다. 올해 나이 47살입니다. 주장 수락 기자회견을 하다가 러브 3세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담은 채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PGA 소속 티칭 프로였습니다. 1988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는데 러브 3세는 "나는 PGA 멤버의 아들로 PGA 프로가 됐습니다. 그런데 라이더컵 주장이 되다니... 정말 가슴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네요. 아버지와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뛰어난 선수들을 대표하는 주장이 됐습니다. 그 모든 프로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러브 3세는 한참 눈물을 흘리고 나서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직접 경기에 뛰는 주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힌 건데요, 자신이 건강하고 내년 PGA 챔피언십 대회에서 8위 안에 든다면 단순히 선수를 선발하고 대진표를 작성하는 주장에서 벗어나 직접 경기를 하는 이른바 플레잉 주장이 되겠다는 겁니다. 라이더컵은 2년마다 벌어지는 미국과 유럽의 자존심 대결입니다. 각각 12명씩의 선수들이 나서는데요, 보통 8명은 성적으로 나머지 4명은 주장이 선발합니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는 성적으로는 8위 안에 못들었지만 당시 미국팀 주장이던 코레이 페빈의 추천으로 라이더컵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라이더컵 주장은 선수로서의 경력은 물론 인품과 코치 능력까지 두루 갖춰야만 선정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프로 골프선수들에게는 라이더컵 주장이 된다는 것은 보통 영예가 아닙니다. 이미 PGA에서 20승을 거둔 관록의 러브 3세의 눈물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여전히 자신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각오와 자신감이 함께 배어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눈물 하면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죠. 그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표적인 아메리칸 드림으로 소개했을 정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당신이 누구였든지, 어디에서 왔든지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그 꿈 때문에 신시내티의 바에서 청소하던 아이가 가장 위대한 나라의 하원의장이 됐습니다"라고 얘기했죠.

존 베이너의 눈물이 미국인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간선거 직후였습니다. 하원에서 공화당의 압승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존 베이너 의장은 젊은 시절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 청소를 비롯해 궂은 일을 했던 경험들을 얘기하면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어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눈물을 흘렸고, 지난달 112대 의회 개회식때 하원의장석에 올라 낸시 펠로시 전 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넘겨받기 전에도 하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어제 폭스 뉴스에 출연한 베이너 의장은  왜 이렇게 자주 우느냐, 그 게 당신을 유약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난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것 뿐입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서 감정적이 되는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베이너 의장은 하나 더 인상적인 얘기를 했는데요, 다름 아닌 흡연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담배는 합법적인 상품입니다. 물론 나쁜 습관이지요. 하지만 끊을 생각이 없습니다." 앵커가 자꾸 흡연에 관한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웃으면서 이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날 그냥 놔두세요."

유명한 운동 선수이든, 정치인이든 그들이 보여주는 눈물은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 시절의 어려움을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해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의 영광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나의 지난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과 이 순간의 영광과 감동을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눈물이라면 더 많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또 그럴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나은 세상이 돼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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