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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번째 귀화자는?

며느리에서 엘리트까지

10만 번째 귀화자는?

우리나라 사람이 된 외국인이 10만명을 넘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2%가 귀화자라는 얘기인데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54년이 걸렸으니, 그냥 흘려넘길 일만은 아닌 셈입니다.

주인공은 인도 출신 로이 알록 꾸마르 교수입니다. 뉴델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31년 전에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우리나라와 연을 맺기 시작해 지금은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분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마당에는 들어왔지만, 안방 열쇠는 가지지 못했다'는 비유로 귀화 소감을 밝힌 로이 교수는, 왜 지금에서야 귀화했는지 물어보는 저의 우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미국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나를 인도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건 최근 일이지요. 그만큼 나도, 한국사회도 준비가 필요했다고 생각했고, 이제 그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귀화자 수가 급증한 건 최근 들어서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결혼 이주 여성이 늘어난 게 주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1998년 이전의 결혼 이민자들은 지금처럼 심사를 거치지 않고, 신청만 하면 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나 방송인 하일 씨, 탁구선수 당예서 씨처럼 이른바 '성공한' 귀화자들은 드문 사례였던 것이지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옴니버스영화 '시선1318'에는 '달리는 차은'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육상선수를 꿈꾸는 주인공 '차은'이 어머니가 필리핀 이주여성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킨 뒤 '필리핀'이라면서 놀림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한 필리핀 이주여성도, 귀화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 국적을 얻겠다는 외국 사람들의 동기가 다양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한류에 매력을 느끼고, 이미 발전이 끝난 선진국보다는 경제개발 과정에 있는 한국 사례를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귀화를 신청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차은'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피부색이 달라도, 우리말이 서툴어도, 며느리도, 엘리트도, 모두 '한국사람'이라는 것. 10만번째 귀화자가 된 로이 교수가 말했던 '한국사회의 준비'라는 것은, 아마 이런 열린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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