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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대교 공사는 중단된 적이 없다?

서울시와 시의회 네 탓 공방, 불신과 제로섬의 변증법

양화대교 공사는 중단된 적이 없다?

양화대교가 장애물 취급받게 된 까닭

한강은 뱃길이다. 배 한척, 한강유람선에게만 '길'이다. 하루 10여 차례 한강을 오가는 이 배는 상류로는 잠실, 하류로는 당산철교까지 항로를 그린다. 한강을 거의 독점한 유람선을 빼면 현재 한강에 길의 기능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강엔 새로운 항로가 그려질 걸로 보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해뱃길 사업은 한강하류를 길로 만드는 사업이다. 중국에서 출발한 배가 여의도까지 들어오도록 뱃길을 만들면, 중국 부자들이 서울에서 돈 쓰기가 편해진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 한강 하류의 관문 중 하나는 양화대교다. 1962년생인 이 다리의 건설 당시 이름은 제2 한강교. 82년부터 양화(楊花)란 이름으로 불린다. 서울 양평동과 합정동을 잇는다. 4.3km 다리 위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하루 14만대. 다른 한강다리들처럼 반 세기동안 서울의 남과 북을 잇는 교통에 종사해 왔다.

그런데 이 다리가 문제다. 서울 동서로 뚫릴 새 흐름엔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제2 한강교 건설 당시의 기술로는, 다리 상판을 떠받칠 교각부분을 현재 35~42m 이상으로 넓히기 힘들었다. 큰 배는 지나갈 수 없는 공간이다. 실제 양화대교 교각엔 배들이 부딪힌 흔적이 많다. 서해뱃길 사업을 위해선 양화대교 구조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사의 핵심도 다리 중간지점에 112미터짜리 너비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크루즈급 배들이 오갈 수 있는 너비다. 다리 상판의 아스팔트 도로로 남북의 흐름만 이어주던 양화대교는 교각 아래로도 길을 만들기 위해 구조를 바꿔야만 될 처지가 됐다. 지금의 기형적인 'ㄷ'자 상판은 이렇게 탄생됐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 5기 서울시 의회는 9월에 이 다리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공사는 진척이 없다. 공사가 시작된 지 일곱 달이 넘도록 기형적인 형태로 방치되면서 다리 위에서는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개 다리가 휘어지는 구간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다. 이달 심야에 발생한 사고에선, 광역버스가 무게 2톤인 콘크리트 지지대를 들이받으면서, 이 때 튕겨나간 파편이 반대편 차량에 튈 만큼 충격과 피해가 컸다.

공사는 중단된 적이 없다? - 실익 없는 주장들 

막상 사고가 잇따르자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공방의 주체다. 이구동성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란 전제를 내세우지만, 공사 중단의 책임과 해법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20일 서울시의회는 '양화대교 공사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시의회는 보도자료에서 상판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다른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양화대교 구조 변경은 4단계 과정을 거친다. 1단계가 지금의 'ㄷ'자형 우회로 건설, 2단계가 상판 철거작업, 3단계는 교각 철거와 보강, 마지막 4단계로 넓혀진 교각 사이를 잇는 '아치'를 올리는 것이다. 시의회는 2단계 상판철거작업이 중단됐지만, 4단계 아치 제작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단계가 멈췄지만, 4단계는 진행 중이므로 ‘양화대교 공사가 중단됐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치과를 갔다가 충치로 썩은 치아를 파냈다. 그 상태로 치료가 일곱 달이나 멈췄다. 의사에게 항의를 하자 치료가 중단된 건 아니라고 한다. 파낸 부분을 메울 보형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4단계 치료과정 중에 2단계는 중단됐지만, 4단계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니 치료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해명을 들은 환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시의회는 '공사 중단' 사태를 명목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명목상으론 논리적이지만 이런 논리가 실익이 없는 건 분명하다. 오로지 반박을 위한 논리일 뿐, 그들이 전제라며 강조하는 시민 안전과는 무관한 논리이다. 양화대교 전체 공정이 중단되지는 않았다는 게 비록 사실일지라도, 방치된 위험요소가 줄어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이야 말로 '실익 없는 정치논리'다.

서울시는 의회와 달리 공사가 중단됐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서울시는 시민안전이라는 전제를 충실하게 이행할 논리를 구사하고 있는가? 해답은 같은 날 배포된 서울시의 공사 중단 홍보행사에서 찾을 수 있다.

시 당국은 이날 양화대교 안전점검을 갔다. 예정 시간은 오후 3시 반, 오후 1시부터 프레스타임을 가졌다. 교각 아래를 촬영할 수 있도록 공사용 작업선을 제공했다. 방송사와 신문사 사진 기자들의 취재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토목부장을 필두로 취재지원팀이 꾸려졌고, 끊어진 상판 위에서 브리핑을 하고, 현장점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화대교가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위험하다는 말이 반복됐다. 도로가 꺾인 채 방치된 게 가장 큰 위험요소라 했는데, 이미 수십 차례 지적된 사실이었다. '뉴스'가 아니었다. 그나마 새로운 위험요소로 대두될 만 한 건 한강 상류 쪽으로 툭 튀어나온 가교였다. 서울시 관계자에게 가교의 위험성을 질문했지만, 준비된 답변은 상식적인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방치하면 위험성이 커진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위험과 방치된 가교의 붕괴 위험. 양화대교 공사 중단으로 가중될 시민의 위험은 두 가지인데, 후자의 위험성엔 아직 객관적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마치 공사 중단의 위험이 새롭게 대두한 것처럼 자료를 냈고, 많은 언론이 주요뉴스로 이 얘길 다뤘다. '공사중단' 이란 사실을 다시 환기한 것 외에 뉴스가치는 없었다. 나쁘게 말해 '언론플레이'였다.

불신과 제로섬의 변증법 

시의회는 양화대교 구조변경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시의 입장은 단순하다. 이왕 시작한 공사는 예정대로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완성만이 해법이란 것이다. 공사 중단의 위험성엔 공감하면서도 양측은 지루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싸움은 왜 극단으로 치닫는 걸까? 양측은 '어차피 책임은 한 쪽이 지게 된다'고 믿는 분위기다. 이번 싸움의 결과는 승리와 패배 한 가지만 있다고 믿는다. 책임을 전가해야만  승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 뼘의 접점도 없이 서울시의 의결기구와 집행기구가 맹렬히 책임을 떠넘기는 이유다. 불신이 제로섬 게임이란 확신을 부르고, 이 확신이 불신을 부추긴다. 불신과 제로섬의 변증법이다.

지금까지 양화대교에서 터진 모든 교통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차량 속도와 승객 수, 사고 규모에 따라 언제든 대형 참사로 번질 가능성 역시 높다. 사태의 심각성을 양측 다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이유는 뭘까. 만에 하나, 극단적 상황에도 책임을 미룰 상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설사 더 큰 사고가 터져도 '네 탓 하기'는 멈추지 않을지 모른다. 위험이란 전제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있다면, 극단적인 대치를 풀고 해법 찾기에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간을 끄는 게 해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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