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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청사에서 난투극이?

안양시 뉴타운 공청회 현장에서

공공청사에서 난투극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 뉴타운 사업. 안양시는 만안구 일대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도심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우선 만안구를 재정비 지역으로 지정하고 의회와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 사업자를 선정해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새 도로, 새 건물을 짓는 겁니다.

안양시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0년까지 7개 구역에 만여 세대의 새 집과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게 됩니다. 안양역 주변에는 70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도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 25일로 예정됐던 주민공청회에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 시청사에서 난투극

주민들의 반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공청회가 한 차례 무산됐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양시가 시의회의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크고 작은 소란도 있었다고들 했습니다.

지난 25일에는 1천 명이 넘는 반대파 주민들이 시청사에 몰려들었습니다. 청사 밖에서부터 밀고 들어가겠다는 주민들과 전의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집에 어린 손녀를 혼자 둘 수 없어 몸싸움의 현장에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아주머니도 지원사격을 나와 있었습니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규모의 반대파 주민들이 시청에 모였습니다.

오후 3시, 반대파 주민들이 단상을 차지하고 공청회 진행을 막아섰습니다. 공청회란 '절차'가 진행되고 나면 뉴타운 사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주민들은 어떻게든 이걸 막아내야 한다는 의지로 머리에 띠를 두르고 호루라기를 불며 공청회장을 점거했습니다. 

오후 4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안양시장이 나타났습니다. 단상을 포기하고 슬그머니 통로에 나타나 마이크를 잡고 개회사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장을 향해 과격한 행동을 하려는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난투극'이 시작됐습니다. 공청회 영상물 상영을 막기 위해 영상기기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단상을 점거한 사람들은 스크린을 찢었습니다. 계단에서 밀려 넘어지고 소화기까지 뿌리면서 시청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런 난동이 벌어지는 한켠에선 잠자코 앉아있던 찬성파 주민들이 공청회 영상이 상영되자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간에도 여기저기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공청회를 할 수 있느냐는 반대파 주민들과 뉴타운사업에 대해 알권리가 있어 사업 설명을 들으러 왔다는 찬성파 주민들은 한시간 넘게 혼란을 겪었습니다.

# 뉴타운 사업은 득인가, 독인가?

반대파 주민들 대부분은 이 일대에서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도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일단 상가가 철거되고, 또 뉴타운 사업에 드는 비용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초고층 빌딩에 미분양 사태라도 나면 그 책임은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겁니다.

30년 넘은 오래된 집을 헐고 새 집을 짓는다는 기대감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찬성파 주민들과는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겁니다.

'새 도심을 짓는다....' 지난 2년간 서울시청을 출입하면서 도시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고 제도 보완 작업이 계속 이뤄져 왔던 것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과연 득이될지 독이될지, 그 어떤 쪽에도 좋은 모델이 없었던 건 사실입니다. 물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요.

반대파 주민들의 불안감도 이해가 되고, 찬성파 주민들의 기대감도 무시못할 요소들입니다. 여기에 안양시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쪽에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 패닉, 그 후엔...?

용산참사가 있은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외에도 재개발이니 뭐니 해서 주민과 정부의 갈등의 골이 깊은 지역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난투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천여 명이 쉴 새없이 호루라기를 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몸싸움을 벌이며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서로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던 날. 그런 패닉 상태에서 공청회는 결국 무산됐습니다. 

다음 날 서로에게 남은 상처는 어떻게 아물어 가는지 궁금하기도 해 전화를 들까하다 말았습니다. 아직은 그게 '상처'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공청회가 무산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전화가 회사에 여러 차례 오는 걸 보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회에서도 그런 난투극이 벌어지는데 새삼스러울게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양측 주민들의 행동이 과격해질수록, 이들이 뉴타운을 둘러싼 쟁점에서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는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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