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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법원의 '이광재 죽이기'와 '박진 살리기'

[U포터] 법원의 '이광재 죽이기'와 '박진 살리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가 대법원에 의해서 펼쳐졌습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죽이기'와 '박진 한나라당 의원 살리기'는 같은 사람이 진술한 경우라도 때에 따라서는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법의 고무줄 적용의 실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근거는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아주 구체적이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미 이광재 강원도지사에 대해서 유죄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광재 지사의 정치자금법 재판에서 돈을 건넸다는 박연차 전 회장이 자진해 법정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이 지사측도 변론재개신청을 했을 때, 법원은 이광재 지사측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법원이 적법하게 공판의 심리를 종결한 뒤에 피고인이 증인 신청을 했다고 하여 반드시 공판의 심리를 재개해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심이 제1심에서 이미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박연차에 대한 증인신청을 하기 위한 피고인 이광재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온갖 전문 용어를 다 동원해서 그럴듯하게 말하고 있지만, 결론은 자신들이 이미 결정한 판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보다 공정한 판결을 위해서 가능한 증인을 다 불러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법원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증인을 가려서 부르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어떠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러한 판결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왜 박연차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거절했을까요? 이미 들을 수 있는 말은 다 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은 진술을 반복해서 들을 수 없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법정에서 박 회장이 다른 소리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결국 대법원은 이미 확보한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진술이 아주 구체적이기에 거짓이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을 믿었다는 것입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진 의원은 2008년 3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미화 2만 달러를 건네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무죄로 본 항소심의 판단을 받아들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3선 국회의원으로 얼굴이 널리 알려진 박 의원에게 처음 만난 당일 공개적 장소인 호텔 화장실 입구에서 2만달러를 주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할 때에는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을 믿고 있는 대법원은 박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할 때에는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금품 제공자의 진술을 어디까지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법원이 확립된 판례를 갖고 있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도 사건마다 유ㆍ무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술에 대한 판단을 하는 법원의 입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법원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박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것입니다.

저는 법이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법을 적용할 때에는 한 사람이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혹시나 박진 의원이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법원은 법의 적용, 판결의 적용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법의 고무줄 적용'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보다 설득력이 있는 해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을 놓고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 정부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는 것을 보고 '알아서 기고 있다'는 인상도 줍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의 모습은 '너무나 충실하게 알아서 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대한민국에서는 틀린 말일까요?

이인배 SBS U포터 http://ublog.sbs.co.kr/apache630(※ 이 기사는 '다음뷰'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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