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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에 속아 병원 공금 횡령…177억 날려

경리직원 구속…"천도제 지내라" 사기 무속인도

무속인에 속아 병원 공금 횡령…177억 날려

종합병원의 경리부서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무속인에게 속아 자신의 전 재산뿐 아니라 병원에서 횡령한 공금 170억여원마저 모두 날려 쇠고랑을 찼다.

27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최모(53.여)씨가 무가지에서 '용한 점쟁이 선녀 만신'이라는 김모(51.여)씨의 광고를 본 것은 지난 2007년 12월. 

3년 전 결혼한 남편이 머리를 다친데다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친정부모와 시부모의 건강도 악화되자 걱정이 컸던 최씨는 광고를 보고나서 김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점집을 찾았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최씨에게 김씨는 "운명이 아닌데 결혼을 해 이런 일이 생긴다"며 "남편의 전 부인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천도제를 지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신당에 돈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김씨의 말에 최씨는 전 재산 5억원을 가져다 바쳤고, 돈이 떨어지자 급기야 2008년 6월 자신이 30여년째 일하던 병원 공금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부담하는 환자 진료비가 월 2회 병원 계좌로 입금되면 이를 자금관리 부서로 넘기기 전에 가로채는 방법을 주로 썼고, 하루 5천만원 정도인 병원 운영자금 중 시설유지비 등의 항목을 2천만원 가량 부풀려 자금 부서에  청구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최씨는 3년간 1~2일마다 1천만~2억5천만원씩 419차례에 걸쳐 총 172억원을 빼돌린 것은 물론, 횡령금을 모두 김씨에게 줬다 돌려받지 못했다. 

최씨는 10년 가까이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박모(43)씨가 지출결의서와 전표 등 회계 서류 조작을 도와 3년간 횡령 사실을 들키지 않았지만 공금이 비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병원 직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내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최씨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하고 박씨를 같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최씨에게 17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 경제범죄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김씨도 22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의 범행 기간에 3차례 가량 외부 회계법인 감사와 병원 자체 감사가 있었지만, 직속 부하직원이 전산 조작과 전표 위조 등을 하며 협조한 덕에 비위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기도를 중간에 멈추면 이제까지 쌓인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와 재앙이 생긴다'는 김씨 말에 걱정이 돼 범행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수년간 이 점집을 운영하며 무가지 등에 광고를 낸 점으로 미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의 계좌 추적과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통해 여죄를 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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