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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왜 아직도 케네디에 열광하나?

오바마 대통령도 케네디 차용...'검은 케네디'

미국, 왜 아직도 케네디에 열광하나?

1961년 1월 21일 눈 덮힌 워싱턴DC위로 환한 햇살이 쏟아지던 날 43살 8개월의 젊은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성문종합영어에 나왔던 그 유명한 대목이 바로 이 날 취임사의 끝부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In the long history of the world, only a few generations have been granted the role of defending freedom in its hour of maximum danger. I do not shrink from this responsibility--I welcome it. I do not believe that any of us would exchange places with any other people or any other generation. The energy, the faith, the devotion which we bring to this endeavor will light our country and all who serve it. And the glow from that fire can truly light the world.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My fellow citizens of the world, ask not what America will do for you, but what together we can do for the freedom of man."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40대 초반의 잘 생긴 대통령이 토하는 사자후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지난 주에 CNN이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케네디 전 대통령은 무려 85%의 높은 지지로 가장 인기가 많은 역대 대통령으로 나타났습니다. 2위를 차지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72%,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6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재임 2년 10개월만에 댈러스에서 암살당하는 바람에 재임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다른 대통령들이 대개 8년씩 재임하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해놓은 것도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여전히 케네디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젊고 잘 생겨서"가 아니라는 게 미국 정치평론가들의 얘기입니다. 핵전쟁과 제 3차 대전의 발발 가능성을 무릅쓰고 쿠바 해상 봉쇄를 단행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던 소련 흐루시초프의 의도를 꺾었던 것, 베트남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어떻게 하든 최소화하려던 노력, 달 왕복 우주 탐사 기획, 중남미와의 협력적인 관계 구축등이 케네디의 업적으로 꼽힙니다. 그 중에서도 쿠바 봉쇄와 달 탐사는 케네디 하면 떠오르는 일들이죠.

어떤 이들은 그런 실체적인 것들보다는 뉴 프론티어 정신을 강조하며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미국의 새 세대에 횃불이 넘겨졌다"면서 미국민들에게 희망과 함께 의무를 부여했던 젊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케네디 인기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사실 케네디의 화려한 이미지 이면에는 좋지 않은 모습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취임 직후 쿠바 침공을 승인했다가 카스트로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맞아 미국과 자신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온 미국인들을 열광시켰던 재키와의 행복한 결혼생활 뒤에서는 사나흘이 멀다하고 여자를 갈아치우던 바람둥이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수많은 질병과 싸우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네디는 50년이 지난 오늘도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이죠.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1963년 6월, 케네디가 암살당하기 5개월 전에 워싱턴에서 고등학생이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이 순간은 어린 빌 클린턴에게 잊을 수 없는 영감을 줬고, 마침내 그를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도록 이끌었습니다.

빌 클린턴은 취임사에서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큰 정부 對 작은 정부 논쟁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담론을 제시했던 케네디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것이죠.

               


이런 작은 케네디는 또 있습니다. 바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입니다.

며칠 전 케네디의 취임 50주년을 맞아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케네디 취임 기념 콘서트에서 오바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줬던 케네디의 계승자입니다. 케네디가 제시한 비전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잘 살게 됐고, 더 많은 이들이 봉사에 나섰고, 미국의 통합은 더 완벽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내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설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보다 더 숭고한 추모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제(25일) 저녁 오바마의 국정연설은 이런 말로 마무리됩니다.

"From the earliest days of our founding, America has been the story of ordinary people who dare to dream. That’s how we win the future.

We’re a nation that says, “I might not have a lot of money, but I have this great idea for a new company.”, “I might not come from a family of college graduates, but I will be the first to get my degree.”, “I might not know those people in trouble, but I think I can help them, and I need to try.”, “I’m not sure how we’ll reach that better place beyond the horizon, but I know we’ll get there. I know we will.”, "We do big things."

"건국 때부터 미국은 꿈을 꾸는 보통 사람들의 나라였습니다. 저 지평선 너머에 더 좋은 곳에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결국 우리가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거대한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아, 하나가 더 있네요. 존 F. 케네디의 동생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형과 똑같이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어제 국정연설에서 인용했습니다. "As Robert Kennedy told us, 'The future is not a gift. It is an achievement.'" "미래는 선물이 아니라 이뤄내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까 오바마가 피부색만 다르지 대선과정에서 철저하게 케네디를 차용했던 게 기억 납니다. 1963년 베를린 장벽을 찾아 "공산주의가 미래의 물결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베를린 장벽을 보여 주라.”고 했던 케네디를 따라 대선후보의 자격으로 베를린을 방문했던 일, 연설마다 미국의 꿈을 유난히 강조했던 것, 미셸 오바마가 때로 재클린 케네디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따라 했던 것 등이 그렇습니다. 故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등 케네디 집안이 오바마를 지원했던 것도 여기에서 빠질 수 없겠지요.

그래서 오바마를 향해 미국 사람들은 '검은 케네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케네디는 여러 모습으로 미국인들의 가슴에 살아서 숨쉬고 있습니다. 다시 그 이유를 물어봅니다. 재임기간 2년 10개월, 사망 당시 46살의 젊은 대통령을 아직도 현재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결국 눈앞에 보여주는 실체적 업적보다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희망과 염원을 밖으로 끄집어 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힘 아닐까요?  그리고 그 것이 바로 지도자가 갖추고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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