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러시아 공항 테러 배후는 '북 캅카스' 반군"

"현재까지 사망자·부상자 중 한국인 없어"

"러시아 공항 테러 배후는 '북 캅카스' 반군"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의 자폭 테러 사고 이틀째인 25일 현지 수사 당국은 테러범 신원 확인과 테러 배후 세력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은 러시아 연방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 남부 북(北) 캅카스 지역 반군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5일 오전(현지시간)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35명, 부상자는 180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가운데 외국인도 다수 포함돼 있으나 현재까지 한국 관광객과 교민 등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출입국 항공편 큰 차질없이 운항" = 25일 오전 8시 30분쯤 기자가 직접 찾은 도모데도보 공항은 전날 오후의 악몽 같은 테러에도 불구하고 정상운영되고 있었다. 출입국 항공편이 큰 차질없이 운항되고 있다고 공항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테러의 여파와 긴장은 여전히 느껴지고 있었다. 공항의 보안 수준은 현저히 강화됐다. 모든 승객은 공항 입구 마다 설치된 여러 대의 금속탐지기와 전자 검색기를 통과해야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공항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금속탐지기들이 꺼져 있었다고 전했다.

공항을 경비하는 경찰 수도 크게 늘었다. 경찰관들은 공항 입구에서 의심스러운 출입자의 짐과 몸을 직접 수색했다.

전날 테러 현장인 공항 왼편의 입국 터미널 쪽으론 일반인과 언론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그러나 입국하는 승객들은 사고 현장을 지나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통로 바닥엔 테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붉은색 카네이션이 놓여 있었다.

◇ "사상자 중 한국인 없어" = 보건사회개발부, 비상사태부 등에 따르면 이번 테러로 25일 오전(현지시간) 현재까지 35명이 사망하고 180명이 부상했다.

사망자들 가운데 소지했던 서류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26명이며 9명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비상사태부는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2명의 영국인과 독일,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인 각각 1명씩 등 모두 8명의 외국인이 포함됐다.

비상사태부는 또 부상자 가운데 치료를 받고 귀가한 사람들 외에 110명이 모스크바와 인근 모스크바 주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입원 치료를 받는 피해자 가운데 40여 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 명단에도 독일, 영국, 슬로바키아, 타지키스탄 출신 등의 외국인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러 한국대사관 신성원 총영사는 이날 "비상사태부에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와 부상자 중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 테러범, 1명 혹은 여러 명일 수도 = 자폭 테러범의 신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보안 당국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공항 감시 카메라 자료 등에 근거해 남성 1명이 자폭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이타르타스 통신에 "유럽 외모를 한 30~40대의 남성 한 명이 자폭 테러를 저질렀다"며 "테러범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분간이 어렵지만 특수 감정을 통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매체들은 역시 목격자의 증언을 인용, 자폭 테러범은 여성 1명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보안 당국 소식통을 인용, 남녀 2명의 공범이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한 여성이 폭탄이 든 가방을 열려는 순간 폭발물이 저절로 터졌으며, 그 옆에 서 있던 남자 공범은 머리가 잘려나갔다고 전했다.

반면 인터넷 뉴스통신 '로스발트'는 보안 당국이 감시카메라 자료를 분석한 결과 3명이 함께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사고에 앞서 북 캅카스 출신으로 보이는 2명의 남성이 자폭 테러범과 함께 동행했다. 3명은 함께 입국장 대합실을 오가다 얼마 뒤 자폭 테러범이 입국장 대합실 카페로 다가가 바닥에 들고 있던 가방을 놓았고 곧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 "북 캅카스 반군이 테러 배후" = 보안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러시아 남부 북 캅카스 지역 반군들을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하원 안보위원회 부위원장 마고메드 바하예프는 "북 캅카스 반군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게스탄과 잉구세티야 공화국 등에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수행하고 있는 대(對) 테러전에 대한 보복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경찰과 연방보안국(FSB)은 지난해 12월 26일 체첸에 인접한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수도 마하치칼라에서 러시아인을 상대로 한 테러를 모의 중이던 8명의 반군을 사살했다. 그 다음 날에도 역시 다게스탄의 다른 도시에서 새해 첫날을 기해 테러를 벌이려던 또 다른 반군 4명을 제거했다.

일부에선 이번 테러가 지난해 말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서 발생한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소수민족 테러에 대한 보복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보안 조치 허술 비판 여론 고조 = 공항과 보안기관에 테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소속 하원의원 알렉산드르 힌슈테인은 "FSB와 내무부(경찰), 교통부 등이 이번 테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단적 무책임성이 공무원들의 기강을 해이하게 했고 이것이 새로운 테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국가반테러위원회 대변인 니콜라이 신초프는 "도모데도보 공항의 보안 조치가 불충분했다"며 "(필요한) 모든 곳에 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고 어떤 탐지기는 고장이 나 있었다"며 "공항 출입은 사실상 자유로웠고 누구든 검색을 받지 않고 안으로 가방을 들고 들어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메베데프 대통령도 경제 전문 일간지 '베도모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보안 유지에 명백한 위반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 정도의 폭발물을 들고 오거나 차에 싣고 오려면 엄청난 노력을 했어야 했다. 공항 관계자를 포함해 이와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모데도보 공항·모스크바=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