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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땅을 담보로 25억을 빌렸다!

노숙자 내세워 어이없는 대출 사기

누가 내 땅을 담보로 25억을 빌렸다!

대출을 받아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대출받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대출을 받으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합니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빌린 돈을 몇 년 동안 갚아나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참 쉽게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민등록증에 사진 한 장 바꿔 붙였더니 모든 게 해결됐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 경찰에 붙잡힌 대출 사기단 얘기입니다.

일당은 모두 14명입니다. 2명은 달아나고 12명이 붙잡혔는데,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남의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한 은행의 5개 지점에서 각각 5억 원씩, 하루만에 가뿐히 25억 원을 빌렸습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25억 원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빌렸을까요? 사기 일당은 70대 노인이 경기도 고양시에 내놓은 5천여 제곱미터의 땅을 이용했습니다.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로 하고, 일단 노인과 닮은 꼴을 찾았습니다. 노숙인 가운데 노인과 얼굴이 닮은 사람을 찾아낸 뒤, 주민등록증을 위조했습니다. 위조한 주민등록증에 노숙인의 사진을 붙여, 가짜 신분증을 만든 거죠.

이들은 가짜 신분증을 들고 동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얼굴이 워낙 비슷하다 보니 동사무소 직원은 위조된 주민등록증에 깜박 속았습니다. 가짜 신분증을 진짜인 줄 알고 땅 주인의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줬습니다.

서류를 들고 사기 일당은 은행에 갔습니다. 은행은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보고 진짜 땅 주인이 온 줄 알았습니다. 신원이 확실하고, 서류도 확실하고, 땅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해줬습니다.

진짜 땅주인은 나중에 은행의 전화를 받고 사기 당한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십억 원의 빚을 떠안은 데다, 땅까지 담보로 잡혀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취재를 하면서 놀랐던 건 붙잡힌 12명의 공범이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한 명이 돈을 대고, 한 명은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또 한 명은 대출을 신청하고... 공범 12명 모두 각자 전문 분야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참 어려운데요, 피의자들이 서로 어떤 일을 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한 사람을 잡아들여도 관계된 다른 공범을 잡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참 영리하고 똑똑한 사기단이죠?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빌린 25억 원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돈세탁을 하기 위해서인데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단 수표를 상품권으로 바꾼 뒤 되팔아 현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치밀함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입니다.

요즘 대출 사기는 이렇게 조직적이고 무섭습니다.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모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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