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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이 수상하다(?)

9호선이 수상하다(?)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쪽이 얼음 바다야. 사진 보내줄게"

오래된 친구의 전화 한통에서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요즘 같은 때 공공시설의 추위와 관련된 하자는 뉴스임이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인데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시설이니만큼 감시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자의 원인이 천재지변인지 인재인지도 언론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동파'인 줄 알았습니다. '연일 추웠고 배수관이 얼었을테고 어딘가가 터졌을 것'이라는 게 취재 전의 시나리오였지요. 그러다보니 일시적이나마 관대해졌습니다. 한반도에 아예 눌러앉은 동장군의 횡포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자연재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관대함은 사라졌습니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이게 '단순 동파'는 아니라는 촉(觸)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겁니다.

 지하철 역사 안, 바닥에 얼어있는 얼음의 기원을 쫓아가니 역사 벽면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에 기다란 샘구멍이 발견됐습니다. 여기서 새나온 물이 바닥에 고이고 한파를 만나 얼음으로 현현한 것이었지요.

다른 출구는 아예 폐쇄했더군요. 그래서 전수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다음역, 그 다음역...가양역 역사 한 곳도 양천향교역과 비슷한 하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고속터미널역은 승강장이 있는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꽝꽝 얼어있었는지 다행히 제 눈엔 띄지 않았고요. 나중에 9호선측에서 이실직고해 취재의 수고로움(?)은 덜었지요.

9호선. 서울 지하철 가운데 유일한 민자 지하철입니다. 지금 3단계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1단계 공사에만 3조5천억 원이 들었답니다. 1단계 개통이 지난 2009년 7월이니까 아직 1년 반이 안 됐네요. 그런데 '동파'가 아니라 원래부터 물이 샜답니다. 조금씩 조금씩. 비유하자면 강남의 타워팰리스에서 곰팡이가 슬고, 벽지가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9호선측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원래 토목공사는 1-2년 정도 지날 때까지 그런 누수 현상 등 조금씩의 결함이 발생한다. 흙이 다져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토목쪽에 문외한인 저로선 알쏭달쏭, 애매모호, 아리까리, 갸우뚱했지만 지난 해 여름부터 물이 샜는데, 이번 겨울까지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참 이상했습니다. 합동조사반도 이달 중순에 겨우 꾸려졌다고 하고요.

9호선 다들 '참 편하다, 정말 잘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강서와 강남을 최대 20분만에 이어주는 교통수단이 9호선만한 게 또 있겠습니까. 지난 해 9월 기준으로 이용객도 1억 명을 돌파했다네요.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니 정말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지금은 작은 누수 구멍이지만 이게 또 어떤 인재가 될 지 모르잖습니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려 할 때 슬그머니 다가와 한말씀 던져주신 9호선측 관계자가 어른거립니다.

"9호선이요, 겉은 화려해보이지요? 그런데 속은 골병들었어요. 사람들이야 편하게 이용하면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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